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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가기가 겁난다. 지난 7월 물가 상승률은 6.3%로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서민들은 아이들의 식료품비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품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은 저소득층은 필수영양소를 일일 권장량만큼 충분히 섭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

이에 정부는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 개선과 계층 간 영양 불균형 완화를 위해 식품 구매를 지원해주는 ‘농식품 바우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부산 부산진구, 인천 옹진군 등 15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 도입 중이며,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를 대상으로 1인 가구 기준 월 4만원을 지원한다. 지원 품목은 국내산 과일, 채소, 흰 우유, 신선 계란, 육류, 잡곡, 꿀로 제한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1일 1회 이상 농식품을 섭취하는 수혜자가 과일 35.5%, 계란 32.4%, 채소 21.8%, 우유 19.0%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바우처 사업이 식품 소비의 불평등도 감소는 물론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혜자 데이터가 축적되면 저소득층의 지역별, 품목별 소비량과 패턴을 분석할 수 있어 맞춤형 농정·식품 정책의 수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원 품목에 수산물을 제외해 아쉬움이 있다. 수산물에는 오메가3, 다가불포화지방산,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 영양소 등 각종 영양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노화나 성인병 관련 질병의 예방과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등 푸른 생선은 두뇌 기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DHA를 많이 함유한 질 좋은 단백질 식품이고, 흰 살 생선은 최근 젊은이들의 관심사인 근육 만들기와 어르신들의 근 감소 방지에 도움이 되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다. 굴, 낙지, 오징어 등에 많이 함유된 타우린은 혈관질환 예방, 간 기능 개선을 도와준다. 김, 미역 등 해조류에 포함된 푸코이단 등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은 항산화, 항염증 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수산물은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함유된 질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면서 육류와 달리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이점도 있다. 또한 육류 생산 과정에 비해 메탄가스 발생이 적어 2050 탄소중립의 방향성에도 유리하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국민의 먹거리 보장 강화를 위해 의결한 ‘국가식량계획’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농식품 바우처 시범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감안해 이를 정규 사업화하여 지원 규모를 키우고, 지원 품목을 수산물까지 확대해야 한다. ‘농수산식품 바우처’를 통해 저소득층의 영양 불균형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질병 예방 및 농어민 소득의 증대,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향신문X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동기획>

<이해정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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