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1월27일 일요일 의협·간호조무사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국회 앞에서 간호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간호사 측은 21일 여의도에서 여야 공통 대선 공약인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 바 있다. 양측의 공방이 매우 뜨겁다.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의료법 제1조)을 둔 의료법에는 의료인으로 의사, 간호사를 규정하면서, 각자의 업무를 의사는 의료, 간호사는 진료 보조와 간호로 하고 있다. 진료 보조는 의사의 지도 감독하에 시행하며, 간호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이번 간호법은 간호사의 두 가지 업무 중 하나인 간호를 분리하는 것인데, 이 문제는 ‘무면허 의료행위 처벌’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보자. 간호사가 환자의 피부를 봉합하는 시술을 할 수 있을까? 이 행위가 진료라면, 의사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봉합을 지시한 의사는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범, 시행한 간호사는 정범이 된다. 진료 보조라면 의사의 지도 감독이 있을 경우 적법한 행위가 된다. 이 사건에서 간호사 측은 진료 보조로서 적법이라면서, 간호조무사가 하면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이 행위가 간호라면 의사의 지시 없이 간호사 단독으로 시행 가능한 행위가 된다. 

돌이켜 보면, 1970년대 의사 부족을 이유로 전문간호사제를 도입하면서 영역 확대를 기대했지만, 의료법의 무면허 의료행위 처벌 규정에 의하여 단독 진료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에 간호 영역만으로는 전문간호사제도가 정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호사 측은 간호법 제정을 통하여 진료와 구분되는 독자적 간호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독자적 간호 영역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기존 의료법하의 무면허 의료행위 처벌을 벗어나는 독자적인 영역을 추구할 목적이 아니라면, 사실상 이 입법 추진에 실익이 없다. 그래서 간호법 제정은 의료체계 혼란을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는 의협 측 주장도 타당한 반론이 된다.

입법을 통해서 사회 갈등을 치유하고 조화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간호법은 의료에 대한 해석 한계를 넘어설 위험이 있다. 향후 노령화 사회를 비롯한 의료 수요 증가에 대한 대비책으로 국가가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되기 때문에, 이에 동조한다면 간호사의 직역 확대는 1차적으로 전문간호사법을 제정하여, 기존 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규칙을 법제화하고, 구체적 영역 지정을 통하여 간호사 활동 영역을 확대시키는 것이 가능한 1차적 해결책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교육을 통한 교육과 개별 면허 제도가 가지는 독점적 지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주제는 현재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며, 향후 국가 발전을 위하여 해결해야 할 큰 과제이다. 의료계뿐 아니라 법조계 등 면허를 둘러싼 사회의 각종 이익단체들이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구성되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이번 사태를, 국가 전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다면, 갈등의 폭발 없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는데, 이번 사태가 이를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