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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료원이 위기다. 2003년 성남시 원도심에 있던 종합병원 두 곳이 갑자기 없어지면서 생긴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두 차례에 걸친 주민 조례 발의 운동을 통해 힘들게 설립된 성남시의료원이다. 공공병원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이러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 개원 준비를 하던 시기, 은수미 시장에 의해 초대원장이 사임한다. 병원 운영 방향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으로 보였다. 6개월 뒤에나 새 원장이 취임한다. 성남시의료원의 시범 진료 개시 두 달 만에,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으로 인하여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고 3월로 예정된 개원식은 연기되었다. 많은 병상이 코로나19 격리병동이 되고 일반진료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주민도 이용을 꺼리게 되었다. 

올해에는 원장의 고압산소치료기 사적 이용 의혹, 원장과 의사들 간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었다. 병원 운영 경험이 없는 원장의 경영 실패와 리더십 부재 문제가 정상 진료로 가는 길의 발목을 잡았다. 여러 의사가 이 과정에서 의료원을 떠났다. 새로 취임한 신상진 시장은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추진 의사를 밝혔다. 시민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우수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위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급여 수가는 시에서 통제하여 비싸지 않게 할 수 있다고도 한다.

시장의 견해에 반론을 제기한다. 먼저 위탁 논의 자체가 성남시의료원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의료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며 리더십의 부재로 의료원 운영은 정상화하지 못할 것이다. 신분상의 불안감으로 의사들을 비롯한 의료인력이 떠날 것이며 필요한 의료인력의 채용은 어려워질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질과 양이 떨어질 것이다. 

수탁하려는 대학병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수탁해도 의료인력(의사)이 부족한 현재 대학병원 상황에서는 의료원장 외 의료인력의 지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위탁 중인 유일한 지방의료원인 마산의료원이 그예이다. 비급여 수가를 통제한다고 하더라도 수탁자는 경영수익을 올리기 위해 비급여의 비중을 늘리는 행위를 하게 되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성남시의료원을 정상 운영하고자 한다면 우선 위탁 논의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능력이 검증된 의료원장을 조속히 채용하여 의료원의 리더십을 세우고 내부의 동요를 진정시켜야 한다. 부족한 의료진도 시급히 충원해야 한다. 의료원의 리더십과 비전이 안정되면 올 수 있는 의사들은 많다.

지방의료원은 대학병원과 그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 1차 의료기관과 주변의 상급종합병원과 협력해 지역주민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고 건강 수준을 높이며,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의료원은 어려움 속에서도 장애인 치과 진료, 발달장애인 행동발달증진센터, 호스피스 완화 병동 등을 이미 시작하여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이 위탁 논의를 중단하고 제대로 지원해준다면 성남시의료원은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공공병원으로 성장해 성남시민의 자랑이 되고 다른 지역의 모범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와 시민사회, 의료원 임직원이 힘을 모아야 한다.

<김용진 의사,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반대·운영정상화 시민공대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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