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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음 세대들도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의 순간을 만날 수 있도록….”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는 국립공원제도 도입 50주년을 자축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1살 때 옐로스톤(미 국립공원)에서 물소와 곰을 처음 만난 순간이 운명을 바꾸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고 소개하며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 불과했던 국립공원을 감동과 희망으로 채우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국립공원을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15년의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2012년·2013년엔 천연보호구역 등 5중 보호구역인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부결시켰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적극 추진”을 지시하자 사업을 승인해 버렸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국립공원 50주년 행사장 앞에서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올 들어 당시 양양군이 제출한 경제성 보고서(심의자료)가 조작됐다는 판결(4월), 총사업비가 심의 때(460억원)보다 127억원 커졌다는 감사원 감사결과(6월)가 잇따르며, 재심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환경부는 ‘묵묵부답’이다.

환경부는 24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22개 국립공원의 절경을 담은 사진전 등 각종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멸종위기종 보호 노력을 소개하는 부스에서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부지 인근에 서식지가 있는 산양도 소개돼 있다. 시민들에게는 ‘보호 중’이라 홍보하면서 뒤로는 훼손을 준비 중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설악산을 비롯한 국립공원 10여곳에 케이블카 사업계획이 수립돼 있다”면서 정부에 질문을 던졌다. “우리에게 국립공원은 단지 관광 자원에 불과한가”라고. ‘관광’으로는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 “운명을 바꾸는 순간”을 느낄 수 없다.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하는 이유는 꼭 자연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바로 우리 인간을 위해서다.

정책사회부 송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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