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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불과 전기에 이은 ‘제3의 불’로 각광받았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력 생산 방식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정부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청사진이 처음 공개된 것은 1968년 10월. ‘원전 후보지로 고리를 최종 낙점했고 발전용량 50만㎾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언론에 발표될 당시 한국 설비용량의 30%에 해당하는 프로젝트였다.

고리 1호기 원전은 언론보도 3년 뒤에 건설에 들어가 1978년 준공됐다. 당시 정부는 “한국이 세계에서 21번째,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원자력발전소를 갖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고리 1호기 준공식은 고리 5~6호기 기공식도 겸하면서 원전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원자력에 의한 전력보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공공연히 사용됐다. 40년이 흐른 지금 원전은 24기가 가동 중이며 설비용량은 2만1716㎿(전체 전력 생산의 30.0%)에 달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시간인 18일 자정에 맞춰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외벽에 빔을 쏘아 탈핵 등을 촉구하는 카운트다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강윤중 기자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로 설계수명 30년이 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다. 설계수명이 지난 원전을 계속 가동할 경우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논란 끝에 가동연한은 10년 연장됐다. 이 기간 동안 여러 차례 고장사고가 나면서 ‘고장 원전’이라는 오명을 썼고 2015년 에너지위원회는 영구정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7일 고리 1호기 발전소 전기를 차단한 뒤 원자로의 불을 껐다. 이어 핵연료를 냉각한 뒤 2022년부터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고리 1호기를 필두로 한국에 설치된 원전도 가동 중단 및 해체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는 탈원전에 적극적이다. 신한울원전 3~4호기의 설계용역도 최근 중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탈원전 사회, 원전제로 사회로 가기 위한 길은 험난하다. 일본도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제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애초 의지와는 다르게 하나둘 원전의 불을 다시 켜고 있다. 경제적 욕구가 안전이나 환경적 우려를 억누른 것이다. 국내에서도 원전제로 사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낮지 않다. 원전에 관한 한 일본을 따라 해서는 안된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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