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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제, 어떤 나라에 수백 수천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학교와 집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해 수백만명의 난민을 발생시킨 거대한 자연재해가 덮쳤다면 전 세계는 즉시 이를 알아차리고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시리아 사태가 이러한 자연재해였다면 언론사 헤드라인엔 아마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혔을지도 모른다.
“재앙적 자연재해로 현재까지 20만명 사망, 1400만 난민 발생.”
이 헤드라인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고, 안타까워하며 관대한 마음으로 도움을 베풀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시리아는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왜냐고? 시리아 사태는 인재이고, 오랫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한 고통은 자연재해로 인한 고통만큼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시리아 난민들이 철조망 너머 터키 땅으로 아기를 들어 옮기고 있다. (출처 : 경향DB)
시리아 내전이 4년째에 접어들었다. 6월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현재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시리아 난민이 존재하는지 다시 한번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그 수는 현재 거의 400만명에 육박하며 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구수와 맞먹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향과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 그들이 아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당신이 지난 2012년 8월, 내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을 즈음 피란을 떠나온 시리아 아동 중 한 명이라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지금까지 낯선 침대 위에서 천번 이상의 밤을 보냈고,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들과 천일 이상 함께 놀지 못했으며,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 지가 벌써 천일이 넘은 것이다.
이번엔 당신이 이런 아이의 부모라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천번이 넘는 매일 밤마다 당신의 자녀가 어떻게 하면 안전할 수 있을지, 끼니를 거르지 않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쯤 온 가족이 다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며 보냈을 것이다.
이제 전 세계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리아 사태로 인한 어마어마한 고통과 슬픔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 이 사태가 미치는 엄청난 파괴력을 다시 한번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조차 나에게는 엄청난 과제이다. 우리는 비슷한 이야기들을 듣고 또 들어왔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린 이들,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전쟁터에서 도망쳐 나온 이들, 임시천막에서 지내는 난민들, 몇 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가족의 생존을 위해 강제노동이나 결혼을 해야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자연재해가 아닌 전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그 무게가 덜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덜 춥고, 덜 배고프고, 덜 무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리아의 한 13세 소년이 했던 말이 가슴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저희가 TV에 나오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없으세요? 그렇게만 되면 사람들이 분명 우리를 도와줄 거예요.”
수지 사이노브스키 | 월드비전 시리아 구호담당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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