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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들 즈음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히지만,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우리나라 온도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는 2016년이었다. 작년까지는 2015년이었고, 재작년까지는 2014년이었다. 아마 올해가 지나면 또 기록을 경신하지 않을까 한다. 돈을 조금 더 벌기 위해 갈수록 악화되는 폭염과 각종 기후변화는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일까? 짚어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 평균온도 상승이 지구 전체 그것의 두 배나 높다는 것이며, 앞으로도 이 추이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온도상승 억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효과적 방법은 에너지 절약인데, 사회구조적 체질개선이 요구되니 이 주장은 공허할 뿐이리라. 차선으로 온도저감과 동시에 배출된 탄소의 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숲의 조성과 보호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후 지금까지 산림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며, 훌륭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전체 국토의 60%를 훌쩍 넘고, ‘숲가꾸기’ 사업에 매년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서 설명한 한반도 온도의 급상승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숲가꾸기’라는 이름의 사업은 대부분 큰 나무를 키우기 위한 솎아베기 사업이 차지한다. 환경적 공익과 공공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효과의 검증 없이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최근 국내에서 검증된 모든 결과를 종합하여 솎아베기 이후 탄소저장량의 변화를 분석한 연구결과는 자못 충격적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숲을 40% 수준으로 간벌했을 경우 이듬해에는 총 탄소저장기능이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다. 간벌의 효과를 홍보하는 측에서는 남겨진 수목들이 훨씬 건강하고 활발하게 생장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연간 탄소저장량이 간벌하지 않은 숲과 같아지기까지 무려 38년이나 걸리며, 이때까지 줄어든 탄소저장량은 연간 흡수량의 650%나 된다. 이 감소된 저장량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시 37년이 필요하다는 예측이다. 즉, 75년 이후에나 조금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또한 남겨놓은 수목이 100살이 넘어서도 젊을 때와 같이 왕성한 생장이 지속된다고 가정해야만 하며, 작업을 위한 탄소소비활동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베어진 나무의 대부분은 숲속에 남겨져 이전까지 열심히 저장한 탄소를 다시 고스란히 배출하게 되는데, 이 또한 계산에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100년이 지나도 한번 솎아베기 한 숲은 전혀 환경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숲가꾸기는 혹여 100년 이후에나 우연히 생길지도 모를 이익을 가정한 정책일까? 과연 나무나이 100년이 넘도록 왕성하게 생장하는 숲은 있는가? 사업 이후 70년 이상 온전히 보전될 숲은 있는가? 현재 제도로는 한번 간벌 후 5년이 지나면 다시 간벌사업을 할 수 있다. 대부분 숲은 70년이 지나기 훨씬 이전 또다시 간벌사업이 진행되거나 모두베기된다. 수많은 숲은 아예 다른 용도로 전환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솎아베기로 대표되는 숲가꾸기를 통한 산림관리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숲의 탄소저장기능 감소로 이어졌다고 봐야만 한다. 한반도 온도상승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우리는 현재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을 들여 숲의 공익적 기능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반도 온도상승을 초래하고 있고,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들에 더 큰 직간접적 피해를 주고 있다. 숲가꾸기가 단지 탄소저장만을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님을 항변하지만, 다른 홍보하는 효과들 또한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열대야를 참아내기 어려운, 기후변화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소시민을 위해 숲 관련 공공정책은 새로운 시각에서 완전히 새롭게 전환되어야만 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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