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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정권교체의 소망이 이루어졌고, 민주주의 회복의 소원도 성취되었다.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일관성 있는 삶, 따뜻한 마음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선인은 아마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부드럽게 민주주의의 회복과 정치·경제·사회의 개혁을 추진할 것이다. 그는 합리적 보수까지 모두 포용하면서 새로운 체제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고, 어쩌면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퇴임하는 최초의 대통령, 퇴임 후에도 사랑받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될 것이다.”

2012년 12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믿고 썼던 녹색세상 칼럼의 일부다. 낙선한 탓에 실리지 못했지만, 4년여 후 그가 대통령이 된 지금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이다. 정말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기가 끝날 때에도 박수받고, 퇴임 후에는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기 말에 거의 모든 국민이 등을 돌리고, 그 결과 반민주 세력에게 정권을 내주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왜 반민주 세력의 득세를 막는 데 실패했을까? 참여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유시민 작가는 정권출범 초기부터 진보 지식인이 정권을 흔들어댄 것이 실패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도 그런 식으로 진보 지식인의 공격을 받게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99%라고 단언한다. 유시민 작가는 참여정부 초기의 부안 핵폐기장 건설 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론하는데,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 정책을 앞장서서 비판한 필자도 참여정부 실패를 거든 셈이 된다.

돌이켜보면 부안 핵폐기장 정책으로 참여정부가 입은 상처는 진보 지식인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미숙함 때문이었다. 나는 이 정책은 김대중 정부가 레임덕에 빠져 경황이 없을 때 기술관료들과 원자력 산업계가 공모하여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참여정부는 별 고민 없이 이 발표를 덥석 받아 매우 ‘성실하게’ 이행하려 했다. 안면도와 굴업도 핵폐기장 계획이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음을 상기하면 마땅히 폐기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기술관료들의 보고만 듣고 핵폐기장 건설을 밀어붙이려 했을 것이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고, 정부는 수천억원을 들여 전혀 시급하지 않은 중저준위 핵폐기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당시 원자력 산업계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가 금방 넘칠 것처럼 이야기하며 핵폐기장을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 저장수조가 넘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주장을 사실로 포장했던 그들의 농간에 ‘반듯하게’ 정책수행을 하려 했던 참여정부가 넘어갔던 것이다. 참여정부는 다른 분야는 몰라도 과학기술 정책에서는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내놓은 인선과 정책은 준비가 아주 잘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아직 내놓은 게 없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 원자력발전, 사용후 핵연료 처리도 외교·안보나 경제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까다로운 문제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술관료들의 이야기만 듣고 정책을 추진하다가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원자력발전을 폐기하자는 시민사회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쪽의 주장만 들어서는 풀기 어렵다. 다양한 이해 당사자를 참여시켜 협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 수립한 에너지 수급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해야만 풀리는 것이다. 핵잠수함 보유 필요성에 대한 후보 시절의 견해도 원자력 문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가 원자력 같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철저한 준비를 거쳐서 정책을 수립하여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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