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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과 머리를 맞댄다. 이를 위해 오는 27일 광화문광장에는 3000여명이 참여하는 300여개의 원탁테이블이 마련된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행사 이후 최대 규모로 시민 소통의 장이 마련되는 셈이다. 시와 자치구 공무원, 시교육청, 보건환경연구원 등 관계자들과 전문가, 언론인, 기업인,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참여한다. 하지만 주부 등 일반시민이 참가자의 대부분이 될 것이다.

연일 미세먼지로 인해 불안과 불편을 겪어온 터라 환영한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으로 효과는커녕 불안만 가중됐는데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론화 장이 생기니 반가운 일이다. 미세먼지 원인과 해결 방안, 정책 우선순위 선호도, 정부와 서울시의 역할 등이 토론 결과로 요약되고 공개된다. 뿔난 시민들의 마음이 박원순식 소통으로 열리고 미세먼지 해법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지난해 6월 정부는 미세먼지 주범으로 화력발전소를 꼽았으면서도 당진과 강릉(삼척)에 2660㎿ 규모 총 4기의 신규 화력발전소를 또다시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고등어 구이가 문제라며 불안감을 조성하더니 이제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 가운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율이 59%에 이른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을 인용하면 정부는 고등어 탓, 중국 탓을 할 게 아니라 화력발전소를 중단하는 게 맞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7일 경기 고양 국제 꽃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꽃 구경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으로 미세먼지대책 특별기구를 신설하고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겠다며 의지를 밝힌 만큼 정부 관계자도 이날 토론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한다. 실제로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 많을 것이다.

얼마 전 서울환경연합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시·도민 11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꼴로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콧물, 재채기, 기침 등 호흡기 질환과 안구성, 피부성 질환 등으로 불편을 겪고 불안 증세까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꼴로 차량 2부제 등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도 답했다. 시민들은 미세먼지 피해 당사자이지만 해결에도 적극적이었다.

미세먼지 해결, 시민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날 토론회가 중요한 이유이다.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은 많이 있지만 제대로 해결된 게 없고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해 정도와 입장 차이가 크고 정부 정책도 일방통행이 많다. 시민들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소통해야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와 참여를 구해야 한다. 이번이 좋은 기회다. 사전에 취합한 참여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테이블별로 토론이 진행되고 숙의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결과를 도출한다고 하니 내용도 알차다. 시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보조하는 박원순식 열린 소통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세걸 |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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