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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역에 따라 다문화가족에게 병원진료비가 할인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순천시의 경우, 외래진료는 본인 부담금 진료비의 20%, 입원진료는 15%가 할인되며, 건강검진은 입국 후 6개월 이내에 받으면 1회에 한해 무료로 받을 수가 있습니다. 또한 병원에 따라 다문화가정 진료센터를 운영하면서 진료비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할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족들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저조한 편인데요,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의 불편하여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 법무부, 여성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2009년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의 의료기관 이용 시 가장 힘든 점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38.7%, 비용부담이 26.4%, 교통 불편 5.4% 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시·도별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읍·면 지역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지역에서 의사소통과 교통의 불편 때문에 의료기관 이용이 힘들다고 답하는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납니다. 결국 다문화가족을 위한 여러 의료 혜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지로 많은 다문화가족은 그러한 의료 혜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으며, 보건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표> 시·도별 다문화가족의 의료기관 이용 시 가장 힘든 점
자료: 2009년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보건복지가족부, 법무부, 여성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특히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다문화가족을 구성하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의 경우에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문제가 매우 절박한 사안입니다.
여성결혼이민자의 대부분이 결혼과 동시에 한국에서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고 자녀양육을 책임지면서 불가피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일이 자주 생기는데도 의료기관을 자주 이용하지 못함으로써 본인과 자녀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영·유아가 개월 수에 따라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예방주사에 대한 상식과 정보가 없어 그냥 지나친다든지 감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어도 병원에 가지를 않아 폐렴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어린이집 교사에 의하면 다문화가족의 2살 난 아이가 석 달이 넘도록 설사가 지속되는데도 부모가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를 않아 자신이 직접 부모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간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또한 많은 어린이집 교사들이 다문화가족의 부모들이 보건·위생과 관련한 기초적인 상식이 매우 빈약한 것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아픈 원인이 전염성 병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그럴 경우 부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아야 하는데도 부모가 아이를 보내고 그럼으로써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즉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상식을 다문화가족 부모들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답답한 것이죠.
이런 상황은 여성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 오자마자 임신과 출산을 한 후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필요한 육아상식을 배울 데가 없고 한국어도 미숙하여 가족 외의 사람과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보를 얻을 수가 없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또한 의료기관 이용 방법을 알고 아픈 곳을 한국어로 의사에게 설명하고 원하는 처방을 받을 수 있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에 병원을 가지 않아 생기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8년 동안 있으면서 경험한 것 중에 의료기관 이용이 가장 힘들고 난감하였는데요. 외국어로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웠고, 미국 사람들에게 흔한 질병이 아닌 경우 의사들도 처방을 잘 못 내리고, 후진국에서 나쁜 균을 가지고 와서 자기 나라에 퍼뜨리는 미개한 인간 취급하는 미국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로 ‘콕콕 쑤신다’ ‘장이 뒤틀린다’ ‘다리가 저린다’ 등의 표현이 영어로 잘 전달이 되지 않아 의사들을 이해시키는데 곤혹을 치렀었거든요.
그러므로 한국에 오자마자 가장 병원 갈 일이 많은데 다문화가족 스스로 의료기관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수년이 걸리므로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즉 다문화가족 영·유아에 대한 무상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영·유아의 예방 접종이나 정기 검진 등 영·유아 보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다문화가족을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 혜택에 대한 대대적 홍보를 실시하고, 의료기관 이용 시 교통편이나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문화가족을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 혜택의 범위와 내용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시간과 거리의 제한, 미숙한 한국어 실력 등 다문화가족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장애가 되는 여러 요소들이 제거되어 다문화가족 누구나 의료기관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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