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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교육

시아버지를 가르쳐라

opinionX 2010. 11. 29. 10:28

며칠 전 신문 기사에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이주여성 보호센터에서 생활하면서 뱃속의 아이를 키워 작년에 건강한 아이를 낳은 필리핀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남편은 술이 취하면 폭력을 일삼았고,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며 유산을 강요하였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시어머니와 시누이조차 이 필리핀 여성의 편이 아니었으며, 아이를 낳은 후에는 친자 확인 요청마저 거부하며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 시집 식구들이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자 다시 이 필리핀 여성을 찾아와서는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요구하자 이 여성은 이혼을 결심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이 신문기사의 말미에는 이처럼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들이 가족으로서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남편뿐만 아니라 시부모 등 모든 가족이 다문화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위와 같이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한테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사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이야기는 이미 새로울 것도 없는 주제가 되어 버렸는데요.
문제의 핵심은 이 신문기사에서 지적했듯이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아 이러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 결혼이민자와 결혼한 남성들의 대부분은 이 국제결혼을 위해 자신이 지불한 돈의 액수로 인해 자신이 여자를 사 가지고 왔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간으로 대우하기 보다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물건의 소유주로서 함부로 물건을 다루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 물건을 뺏기거나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물건을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죠.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는 여성결혼이민자의 바깥출입을 통제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끊어 정보를 차단하는 것인데요, 왜냐하면 여성결혼이민자가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나 다른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도망을 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간혹 이런 의심과 불신을 조장하는 사건들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건은 전체 여성결혼이민자의 숫자에서 볼 때는 극히 미미한 경우인데도 말이죠.


남편과 시댁 식구들 외에 다른 한국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하는 여성결혼이민자의 경우, 제한된 인간관계로 인해 한국어를 충분히 습득하지도 못하며 자녀 양육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을 얻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결국 한국에서 산 지 10년이 지나도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어를 읽고 쓸 줄 몰라 여전히 남편에 의존하여 모든 행정적인 일들을 처리하고, 자녀와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심하게 갈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농촌으로 갈수록 더욱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많은 농촌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외부와의 고립된 생활 속에서 고된 가사일과 농사일로 하루를 보내며 단순히 노동력을 보태주는 일꾼으로 취급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농가가 모여 있지 않고 흩어져 있는 경우, 이웃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여성결혼이민자들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나 폭언, 심지어 시아버지나 시동생에 의한 성폭력까지도 감내하며 살고 있습니다.


결국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비인간적인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의식 개선과 실천이 가장 시급하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을 교육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주제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교육받기 위해 어딘가를 간다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인 문화와 맞물려 그러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집안의 가장으로서 자신의 권위에 손상이 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같이 교육을 받는 사람들 사이에 비교되는 것, 자신의 가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 자신의 가정사가 사람들 사이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것 등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작용하여 생기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문화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조차 남편과 시댁 식구들을 교육하는 것에 많은 부분 지쳐있고 의욕이 상실되어 기대를 저버린 상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편과 시댁 식구들을 교육에 능동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과 그들을 위한 장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은 다문화교육 정책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왜냐하면 가정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아무리 다양한 여성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할지라도 이 실효성은 담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적극적으로 남편과 시댁 식구들을 위한 다문화교육을 실시하여 가정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각종의 비인간적인 처우를 개선하고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온전한 민주시민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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