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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단통법은 과도한 보조금 살포로 혼탁해진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소비자들의 부당한 차별대우를 막는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단통법 시행에 반대하는 측은 “휴대전화 공급자의 가격경쟁을 제한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가 빠져 법 시행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단통법을 제대로 시행해야 휴대전화 가격의 거품을 빼고,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폭리를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 보조금 분리공시제·가격 거품 제거 반드시 병행돼야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단연 화제다. 그런데 좋은 취지의 단통법이 왜 원성의 대상이 되었을까? 단통법은 법 목적을 ‘공정·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여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용자 권익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피해를 보고 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부재해서다.
그나마 의미가 있는 보호 장치이던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삼성전자의 로비와 박근혜 정권 규제 완화의 광풍을 만나 무산되면서 단통법은 더욱 문제 많은 법이 돼버렸다.
보조금 분리공시라는 것은 휴대폰을 개통할 때 받았던 보조금을 구성하고 있는, 단말기 제조사들의 장려금과 통신사들의 지원금 규모를 정확하게 구별해 이를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준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이동통신 3사의 폭리뿐만 아니라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 거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것이 범국민적인 단말기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제조사의 장려금이 20만원이라고 치면, 처음부터 20만원 내지 그 이하로 저렴하게 판매하면 될 일을 소비자들에게 왜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출시를 한 다음 보조금(장려금)을 주는 척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고 부당하게 유인하느냐라는 정당한 항변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관행이 불법임을 확인하고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일이 있다. 공정위가 2012년 3월 국내 단말기 제조 3사와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미리 출고가에 반영해 이를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 지급하고 실제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처럼 오인시켰다”며 관련업체들에 과징금 453억3000만원을 부과한 것이다. 당시 SK텔레콤에 202억5000만원, 삼성전자 142억8000만원, KT 51억4000만원, LG유플러스 29억8000만원, LG전자 21억8000만원, 팬택에 5억원을 각각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출시한 116개 모델을 판매하면서 공급가를 부풀렸다가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에 삼성전자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올해 2월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삼성전자와 통신 3사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이른바 ‘짬짜미(담합)’를 통해 보조금으로 투입할 재원으로 휴대폰 출고가에 미리 반영한 금액이 전체 출고가의 26%에 달한다”며 삼성전자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이 같은 불법·부당한 관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말기 가격의 고통과 부담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어떠한 실효성 있는 조치도 없이 보조금만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30만원이라는 비현실적인 보조금 상한액도 문제다. 그것이라도 받기 위해서는 9만원 최고 요금제에 2년 약정을 해야 한다니 단통법에 대한 불만이 나날이 높아져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통법상 보조금 분리공시제는 꼭 도입되어야 한다. 또 단말기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부당하고 현저한 차별도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 같은 제품이 외국에서는 훨씬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10만원대에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말기 가격의 거품과 지금 단통법 상황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이동통신 3사의 요금 폭리도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다. 반값 단말기와 반값 통신비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 단통법은 찬성이지만, 큰 폭의 보완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진걸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단통법 시행 전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는 통신사 대리점들 (출처 : 경향DB)
■ 가격 경쟁 제한하는 ‘요금 인가제’ 폐지 논의가 먼저다
수많은 논란을 뒤로 하고 국회를 통과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5월 제정된 단통법은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해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은 번호이동·신규 가입·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지역·나이·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적 지원금 지급을 금지한다. 또 지나치게 많은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일 시행되면서 소비자들이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호갱님(어수룩한 사람을 뜻하는 호구와 고객을 합쳐 부르는 은어) 방지법’이 정작 전 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소비자를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까지 하다.
통신시장뿐 아니라 차별적인 시장, 차별적인 보조금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행기 좌석의 경우 시기, 예약 장소 등에 따라 가격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조기·블록 판매와 같이 다양한 판매 방법의 일환일 뿐 소비자를 차별 대우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 대한 차별 대우를 없애겠다는 말의 이면에는, 어떤 할인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이 숨어있다. 판매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 생선을 떨이로 판매한다면 이를 차별 대우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를 같은 가격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도록 강제한다면 모두가 같은 가격으로, 대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휴대폰 시장에서 최신 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역설적으로 단통법은 공급자간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소비자 후생(厚生) 저하를 가져온다. 통신 시장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단말기, 통신 요금, 보조금 등 모든 경쟁 수단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요금 인가제에 막혀 가격 경쟁이 제한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보조금을 통한 경쟁이 그나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단통법을 통해 이를 제한한다면 공급자들의 경쟁은 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분리해서 공시하는 제도가 빠졌기 때문에 단통법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통사와 제조사를 같은 기준으로 규제할 근거는 없다. 통신사가 정부 당국의 규제를 받는 것은 공공재인 주파수를 국가로부터 임차해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단말기 제조사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민간 기업으로, 보조금 지급 등 자료는 영업 비밀에 가깝다. 성격이 다른 두 그룹에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정말 소비자를 우선한다면 요금 인가제 폐지 논의가 먼저다. 현행 통신 요금은 ‘정부 주도의 담합’과 다름없다. 시장 점유율 1위인 통신사가 요금을 정하면 나머지 통신사들이 이를 그대로 따라가는 상황이다. 3위 업체마저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하위 사업자를 보호하겠다는 요금 인가제는 그 역할을 다했다.
이통사들은 연간 8조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지만, 정작 요금 경쟁은 벌이지 않는다. 불합리해 보이는 구조의 이면에는 비정상적인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단통법과 같은 직접 규제를 통해 차별 금지를 방지하기에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이통사와 제조사 시장 모두를 유효경쟁 체제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요금 인가제 폐지로 이통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단말기 자급제나 알뜰폰 시장 활성화로 제조사 간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정책의 중심에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단통법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김영훈 |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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