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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편리한 세상이다. 인터넷에 접속해 자판만 몇 번 두들기면 글도, 사진도, 동영상도 금방 찾아볼 수 있다. ‘잊혀질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인터넷에 들어가 10년 전 공연됐던 연극의 동영상을 봤다. 지금은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연한 <환생경제>다. 말로만 듣고,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

‘프로들을 방불케 하는 연기’라고 했다더니 정말 그랬다. ‘국회의원들은 원래 연기를 잘하나 보다’ 싶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즐거워한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극의 줄거리는 대충 이랬다. 술주정뱅이 ‘노가리’의 둘째 아들 ‘경제’가 ‘후천성 영양 결핍’으로 죽었다. 하지만 ‘노가리’는 여전히 술에 취해 집터 탓을 하며 이사만 가려고 한다. 가난 때문에 첫째 아들 ‘민생’도 몸이 아프고, 어머니 ‘근애’는 아들의 죽음에 연신 눈물을 흘린다. 마을 사람들은 “경제를 살려주세요”라고 합창하고, 결국 ‘저승사자’가 경제를 살려주기로 하면서 연극은 끝난다.

연극이 끝난 뒤 공연에 참여한 의원들은 자기 소개를 하면서 저마다 “경제를 살립시다”라고 말한다. 정병국 의원은 “경제살리기위원회 위원장, 박근혜”라고 외친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이 집권한 지 7년째다. 후천성 영양 결핍으로 죽었다가 환생한 ‘경제’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의 정치풍자극 '환생경제' 공연 모습 (출처 : 경향DB)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요즘 하고 있는 말로 살펴봤다. “올해 성장률이 3.7%보다 더 낮게 갈 수 있다. 그런 수준이 정상적인 회복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경제의 맥박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환생경제>가 공연된 2004년 경제성장률은 4.9%였다. 2005년 3.9%로 떨어졌지만 2006년과 2007년에는 5.2%와 5.5%를 기록했다.

현 여당의 실적은 어떤가. 2010년 6.5%를 기록한 것을 빼면 한번도 4%를 넘은 적이 없다. 2009년에는 0.7%까지 떨어졌다.

연극에서는 당시 카드사태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한 것을 비판한다. 그럼 최근은 어떤가. 법원에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이 2010년 13만2000명에서 지난해 16만3000명으로 늘었다.

“경제를 살립시다”라며 정권을 잡았지만 실제로 보여준 것은 없다. 저승사자가 10년 전 되살려줬던 ‘경제’는 최 부총리의 말처럼 맥박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민생’이도 요즘 많이 아프다. 여당에서는 ‘세월호 탓’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 그렇게 하지 말라는 4대강 사업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것을 빼면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연극에 이런 장면이 있다. ‘노가리’의 친구가 “우리 말 안 듣는 놈들은 다 적이야”라고 외친다. 당시 정부가 편 가르기를 했다는 얘기다.

그러면 지금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말했다. “우리 속담에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정치권에도 맞는 말이다. 여당이 어려움에 처하면 청와대가 풀어줘야 하고, 야당이 어려우면 여당이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한테 출구는 못 열어 줄망정 쪽박까지 깨버리면 그렇지 않나.” 현 정부, 여당의 편 가르기가 오죽 심하면 여당 안에서까지 이런 얘기가 나올까.

정부와 여당에 권한다. <환생경제>를 다시 한번 보면서 야당 입장이 돼 보라고. 그러면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열고, 야당의 협력을 얻어내는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에 접속해 자판만 몇 번 두들기면 된다.


김석 비즈n라이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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