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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잘못 알려진 ‘상식’이 많다. 고려 말기의 학자 문익점이 서장관으로 중국 원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목화씨 몇 알을 몰래 ‘붓뚜껑’에 숨겨 들어와 목화 보급에 힘썼다는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의 믿을 만한 옛 문헌에 그런 얘기가 실려 있어야 한다. 또 중국 문헌에서는 ‘원나라가 목화씨 반출을 엄격히 막았다’는 내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얘기는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2010년 백제 위덕왕 때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남 부여군 능산리 절 유적에서 면직물이 발견됨에 따라 문익점이 ‘최초 목화 보급자’라는 사실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아무튼 문익점은 목화씨를 ‘붓뚜껑’에 숨겨 오지 않았다. 우선 ‘붓뚜껑’이라는 말이 없고, 숨겨 들여올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붓촉에 끼워 두는 뚜껑”을 뜻하는 말은 ‘붓두껍’이다. 하지만 붓 외에 “가늘고 긴 물건의 끝에 씌우는 물건”은 ‘두겁’이다. 수성 사인펜 머리에 씌우는 것도 ‘두겁’으로 부른다. “사람의 형상이나 탈”을 뜻하는 말도 ‘인두껍’이 아니라 ‘인두겁’이 바른말이다.

<엄민용 스포츠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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