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계란에 또 사달이 났다. 지난 21일 전남 나주의 산란계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작년 여름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피프로닐’ 성분이 발견되면서 전량 회수 폐기 조치와 출하정지를 시켰다. 4만 수 정도의 농가이니 크지 않은 규모다. 작년에 워낙 살충제 계란 사태로 홍역을 치른 탓인지 수장도 없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그래도 사전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도 읽힌다. 언론과 소비자 단체들은 또다시 어떻게 살충제를 뿌려댔느냐며 신나게 물어뜯고 있지만 말이다.
작년 살충제 계란 사태를 복기해보면 전체 적발 농가가 52곳이었다. 기준에 없던 ‘피프로닐’이 발견된 농가는 그중에서 8곳이었다. 나머지 농가는 허용 살충제 성분이었지만 기준치를 넘긴 사례다. 그만큼 사육환경이 좋지는 않았기 때문에 약을 점점 진하게 썼다는 뜻이다. 내성 문제도 있어서 약을 이리저리 돌려 써보다 무슨 성분인지도 모르고 쓴 경우도 많다. 심지어 지자체에서 권장해서 모르고 쓴 경우도 있었으니 사연은 복잡하다. 사료에서 유입된 건지, 계분 소독을 하다가 그리됐는지 원인조차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지만 여론의 치도곤 때문에 일단 머리 조아리고 넘어가고 말았다.
피프로닐 성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넘도록 계사에 악착같이 남아 닭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속 이후에 뿌리지 않았더라도 피프로닐 성분이 계사에 남아 있다면 검출될 공산이 크다 보니 올봄부터 대책을 세우기는 했다. 농식품부의 ‘산란계 농장 환경개선 지원사업 추진계획’의 주요 계획은 피프로닐 성분 제거 지원이다. 계사 청소를 하는 방법부터, 5만 수 이하의 양계농장에는 국비 지원계획도 세우고 각 지자체 지원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닭이 꽉 들어차 있는 계사 청소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알을 더 이상 낳지 않는 노계 도태시기에 닭을 빼내고 하면 좋긴 하지만 농장마다 사정이 다르다. 닭이 꽉 들어차 있는 계사에는 분무기로 조심스럽게 뿌리고 키친타월로 일일이 닦아내고 소각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권장 세제는 청소전문업체나 식당의 찌든 때를 제거하는 데 쓰이는 강력세제이고, ‘강알칼리이므로 피부에 닿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농식품부에서도 알려주고 있다. 일반 세제로는 도저히 제거가 안 되기 때문이다. 맹물로는 헹궈지지 않고 그래서 헹굼제까지 따로 구비해 세척액 성분을 제거해야 한다. 게다가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에 부합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청소를 해야 하는데 농장의 형편이 받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 청소업체에 맡기는 방법까지 정부가 고민 중이다. 하지만 5만 마리 이상 사육하는 35%의 농가는 지원비도 없다. 소독제도 사야 하고 인력도 부려야 하니 비용이 발생한다. 계란 값은 바닥을 찍고 있는데 말이다. 들리는 소식에는 대형 양계장의 경우 기천만원은 우습게 청소비로 나갈 수도 있다. 이제 살충제 성분을 없애는 청소작업과 닭진드기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살포해야 하는 이중고가 생긴 것이다. 말이야 옳아서 사육환경 개선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생산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판매비용을 벌충할 방법도 사육 두수를 늘리는 것뿐이다. 소비자의 이름으로 우리는 생산자들에게 싸고, 안전하고, 모양도 예쁘고, 게다가 맛있게 만들어내라며 불가능에의 도전을 요구하는 중이다. 여름이 오면 닭들도 덥고, 알 낳기도 귀찮아진다. 진드기가 괴롭혀서다. 그래도 우리는 서비스 계란찜은 먹어야겠고, 어쩌란 말인가. 대체!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일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동칼럼]부정의는 당신의 무지를 먹고 자란다 (0) | 2018.05.28 |
---|---|
[기고]통일교육을 저해하는 환경 (0) | 2018.05.25 |
[사설]개헌 시한은 없다, 국회 주도로 논의 계속해야 (0) | 2018.05.25 |
[사설]피팅·코스프레 모델 성추행의 경우 (0) | 2018.05.25 |
[사설]북한은 풍계리 폭파했는데 미국은 회담을 취소하다니 (0) | 2018.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