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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유튜버 양예원씨와 배우 지망생 이소윤씨의 스튜디오 촬영 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피팅모델들의 추행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일 양씨와 이씨가 성추행과 강압적 촬영을 호소한 사건의 4번째 고소인을 조사했다. 한 스튜디오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스스로 밝힌 이만 4명이니 적지 않은 여성들이 이런 수법으로 지금까지 피해를 당해왔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유튜버 양예원이 “저는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비글커플’

이 사건은 유튜버 양씨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과정에서 성추행과 협박을 당하고 노출사진이 유포됐다는 고소장을 지난 17일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양씨는 3년 전 피팅모델에 합격한 뒤 연락을 받고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다. 이후 촬영날에 스튜디오를 찾아가자 남자들이 20명쯤 있었고, 실장님은 ‘포르노에 나올 법한 속옷’을 입으라고 줬다는 것이다. 거부하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했고, 현장 남성들이 포즈를 잡아주겠다며 돌아가며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당시 사진이 3년이 지난 이달 초 음란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왔고, 양씨는 3차례 자살을 기도했다고 털어놨다. 양씨가 느꼈을 수치심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추어 사진계에서는 ‘비공개 촬영회’라는 명목의 누드사진 촬영모임이 있다고 한다. 스튜디오를 가진 ‘실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참가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노출 수위를 모델과 사전에 협의하고, 사진을 무단 유포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작성한다지만 합의를 무시한 채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촬영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사진을 무단 유포해 2차 피해가 이뤄지는 일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컴퓨터게임이나 만화 등장인물로 분장하는 코스프레 모델도 성추행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촬영 때 동의 없이 노출 수위가 높은 복장이나 자세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피팅모델 사건과 다를 게 없다. 촬영을 핑계로 몸을 만지는 경우가 많다는 증언도 나온다.

여성의 심한 노출사진을 찍는 것은 그 자체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행위다. 이런 악습이 ‘예술’ 혹은 ‘취미’라는 허울을 쓴 채 이뤄지면서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2차 피해’ 우려를 무릅쓰고 폭로에 나선 피해여성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경찰은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 ‘피해자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진다’는 의심을 이번 수사로 불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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