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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코앞이다. 도지사 출마한다고 뛰쳐나간 농업계 두 수장의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업비서관 말이다. 이 나라에서 농업이 공화국 건국 이래로 우선인 적은 없었다. 유구한 역사다. 우연한 기회에 이번 전국 지방선거 광역자치단체장과 구청장·시장·군수, 교육감의 선거 자료를 훑어보고 있다. 이런 사람들도 출마를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전과를 자랑하거나 출마 중독에 가까운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선거는 소중한 나의 한 표를 확인하는 동시에 ‘피선거권’이라는 권리도 있음을 알려준다.공약들을 쭉 보니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신성장동력, 스마트팜, 6차 산업화, 드론 기술 도입 등은 거의 전국 공통의 낱말들이 되어 있고 농촌농업 공약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당을 떠나 농민수당과 가공센터나 직거래매장 개설 등의 공약도 많다. 이루어지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냥 던져놓은 말들도 많고 후보조차 입에 붙지도 않을 공약들이 많기는 하지만 갱신의 의미로도 중요하다. 지켜지지 않았다면 다시 평가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하다못해 출마를 하려면 체납액이라도 완납해야 하니 세수 증진 효과도 있을 테니까.

지방선거인만큼 좌우의 공약보다는 지역 현안에 대한 공약이 많다. 그럼에도 엄연히 정치이니 강렬한 이념 지향이 드러나곤 한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뚜렷한 분리로 치르는 선거다. 하지만 좌우 없이 전국 공통의 공약이 바로 무상급식 전면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경남도지사로 있을 때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며 무상급식을 엎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가 ‘무상급식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급식문제로 싸워왔던 경남의 시민운동 조직들은 어이없어 하고 있다. 그동안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던 대구광역시도 올해부터 전면 확대했다. 전국의 모든 교육감 후보들이 무상급식 수준의 공약으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되자 고등학교 무상급식 실시와 친환경 급식 실시, 심지어 ‘1식 5찬’ 공약에 채식을 하는 학생들을 위한 채식 메뉴 공약 등도 내놨다. 노인정 급식의 전면 확대와 공휴일 결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까지 나왔다. 급식문제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본다면 격세지감의 세상일 것이다. 그토록 반대하던 같은 진영의 사람들도 앞다투어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거니 말이다.

1990년대 급식운동 초반만 해도 급식 실시가 목표였고, 이후 위탁이 아닌 공공급식의 위상에 맞게 직영화를 요구하고 관철시켰다. 그다음은 무상급식과 친환경 급식의 전면 실시였고, 이제 고등학교 무상급식이 정치 의제가 되었고, 이미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데다 이를 자랑으로 삼는 곳도 많아졌다. 이제 아이들한테 밥을 왜 공짜로 주느냐고, 부모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세상은 변했고 적어도 학교급식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이 채 60㎏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1000명 정도의 재학생이 있는 고등학교에는 끼니마다 120㎏의 쌀을 씻어 안친다. 전국에 학생이 650여만명 있고 교직원들이 50여만명 있다. 농산물 주요 소비처는 단체급식 현장이고, 그래서 가장 먼저 농촌농업 공약에 무상급식 확대가 등장하는 것이다. 지역 정치가 살아남자면 무조건 잘 먹여야 하는 세상이 왔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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