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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한 지 이제 막 두 달이 되었다. 미국의 정치시스템에 비추어 본다면 아직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정부정책의 수립 과정이 끝나지 않았을 시기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견제와 압박에서는 비교적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보여준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압박의 의지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대선 승리 및 의회의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대중정책의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첫째,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이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에 대한 계획이 없는 무모한’ 대중정책에는 반대하지만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중 압박정책의 필요성에는 동의한 것이다.

둘째, 중국과 협력이 가능한 공간을 분명히 정의한 반면, 대중 견제와 압박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용적이고 성과지향적인’ 대중국 외교를 표명하며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기후변화, 글로벌 보건안보, 핵의 비확산, 군축 등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0년 민주당 강령, 바이든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인사 청문회 발언, 그리고 이달 3일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 등에 나타난 일련의 내용들은 중국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셋째는 대중 압박정책의 강화 방안이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 정책들이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크게 두 가지의 방향성이 나타났다. 하나는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 그리고 국제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공유하는 미국의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여 이를 바탕으로 국가 간의 주요 의제,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첨단기술의 국제규범과 표준의 수립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방향성을 확인해주듯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현안과 관련된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10개 국가 간 협의체인 ‘D-10’의 출범을 추구하고 있다. 이달 12일에는 미국, 인도, 일본, 호주의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첫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화상으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비록 공식적으로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듯한 역내 안보 문제와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 증진의 내용이 논의되고 공동성명에 담겼다.

큰 틀에서 중국에 대한 전열을 정비하던 미국은 이제 동북아 지역에서 한층 더 구체적으로 대중정책을 가다듬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번주에 함께 일본(16~17일)과 한국(17~18일)을 방문하여 ‘2+2 회의’를 개최했다. 주요 의제로는 당연히 각국의 대중정책에 대한 조율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중국도 이를 의식한 듯 블링컨과 오스틴 장관의 귀국길인 18일에 알래스카에서 ‘미·중 2+2’를 개최했다. 앞서 두 장관이 일본에 도착했던 16일에는 관방언론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 견제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논평을 보도했다. 한·중 간의 경제협력은 한·미 간에 비해 규모면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중·일 간에도 논쟁은 있지만 공유하는 이익이 논쟁을 관리하기에 충분하며 일본의 어떤 정치인도 중·일과 미·일관계를 제로섬 모델로 보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지금까지 나타난 미·중의 대응을 본다면 양국의 전략적 경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는 EU, 영국, 일본, 호주 및 인도는 물론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과 비교해 과연 한국의 국익이 미·중에 충분히 고려되고 있느냐는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전략적 목표와 이익의 조율을 통해 대중 압박정책의 공조를 꾀하고 있다. 이로 인해 EU와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도 미국이 구상하는 안보, 경제 및 첨단기술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 수립에서 이익을 협상하고 역할과 지분을 나누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이 선두 그룹에 있는 첨단기술 분야는 이번 산업 생태계의 지각 변동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마주할 수도 있다. 미·중 사이를 오가며 국익을 보호하고 미래 먹거리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EU와 일본에 비해 한국의 모습이 뚜렷이 보이지 않고 북한 문제에만 너무 함몰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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