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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잠식한 피눈물 나는 현실 속에서도 역설적이게 매년 이맘때 뉴스를 달구던, 우리 사회의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고질적 문제 하나가 사라졌다. 교통량 감소로 이산화질소 배출이 줄어드니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기회에 그간 유행처럼 나타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저감정책이 얼마나 엉뚱한 것이었는지 돌아보자. 

2017년 5월30일 산림청은 ‘도시숲은 미세먼지 잡아먹는 하마’라는 제목으로 도시숲이 미세먼지를 40.9%나 저감시킨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숲이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하다고 호도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였다. 정작 숲을 얼마나 만들어야 40%를 줄여주는지에 대한 기초적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은 엉성하기 그지없는 보도자료 하나로 말이다.

산림청은 자신들이 만든 제목 하나만으로 이듬해부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미세먼지 저감 명목의 각종 사업을 추진한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단초를, 그것도 가장 신뢰해야만 하는 정부가 제공한 것이니 이 보도자료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해당 자료를 보면 이 40%의 수치는 단순히 서울 동대문구 도심 한가운데와 홍릉숲 한가운데에서 각각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의 차이를 비교한 것에 불과하다. 숲속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가 낮으니 숲이 미세먼지를 저감시킨다고 발표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냐고? 숲에는 미세먼지 발생원이 없지 않은가? 사막에 미세먼지 농도가 낮으니 모래가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하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함께 배포한 첨부자료로 이 자료가 얼마나 허황된 보도자료인지 확인할 수 있다. 첨부된 자료에는 ‘1㏊의 숲은 연간 총 168㎏의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한다고 했다. 이 수치만 보면, 일반 성인 몸무게의 두 배가 넘는, 엄청난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교할 수치가 없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비교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간단하게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총 대기오염물질량과 비교해보자.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에 우리나라가 배출한 대표적 대기오염물질 8종류의 총합은 무려 470만t에 달한다. 비교할 수치가 생겼으니 이제 숲을 만들어 대기오염물질 저감효과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국토에서 산림과 녹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약 68%이고 경작지가 21%이다. 초지와 습지, 하천이 약 5%가 조금 넘으니, 국토 중 녹지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면적은 6%가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 건물과 도로로 개발된 지역이다. 자 그렇다면 국토 전체를 숲으로 만든다면? 이렇게 해도 오염물질 총량이 그대로라고 전제한다면 2% 정도의 대기오염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2019년 사업비 600억원을 들여 만든 숲은 약 60㏊이다. 계산하면 약 10t의 대기오염물질을 추가로 흡수할 수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총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0.0002%가 된다. 대기오염물질 개선이 획기적인가? 1000년을 투자해도 정밀 측정기 오차범위 이내이다.

차라리 지금도 잘려지는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면? 정말 미세먼지 저감을 목적으로 한다면 도심에서 간벌이라는 명목으로 나무를 잘라내는 사업부터 하지 않는 게 우선 아닐까? 예산을 쓰지 않으면 대기오염물질은 훨씬 더 많이 줄어든다. 잘못된 정보로 세금을 쓰기 위한 사업을 만들지는 말자.

<홍석환 |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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