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치 칼럼

[박홍규칼럼] MB와 간디

opinionX 2011. 6. 8. 09:50
박홍규 | 영남대 교수·법학 hkpark@ynu.ac.kr


누가 누구를 만났다는 것이 톱뉴스가 되고 있지만 나에게는 달나라 얘기 같다. 내 민족이거나 내 나라 사람들 같지도, 내 친구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니 내 나라 사람 대부분이 내 친구 같지도 않다. 톱뉴스에 나오는 그런 이상한 사람들의 인기가 그렇게도 높다는 것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 사이에 파당이 없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이 파당이다. 민생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 민이 누구인지도 의심스럽다.

특히 나로서는 그들이 말하는 공정이란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가령 노사분쟁에 정부가 공정 중립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꼭 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다. 노사 모두 같은 국민이니 정부가 그 어느 편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언제나 사측이다. 유성기업 파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앞장서 ‘연봉 7000만원을 받는 배부른 노동자’들의 투쟁이라고 비난하고 공권력을 투입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도 의문이고 공권력 투입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 노동법의 제3자 개입 금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도 의문이다. 옛날부터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비난받았으나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있는 그것을 처음부터 완전 폐지해야 했으나,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측의 제3자 개입이 워낙 성행하니 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제3자’조차 애초부터 정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공정·중립 의무가 있으니 어떤 개입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 간 분쟁에 대해 국가는 중립이고 공정해야 나라의 질서가 선다. 그 분쟁에 국가가 개입해 한쪽 편을 들면 정의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원칙이고 법이고 진실이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는 그 반대다. 법과 정치, 진실과 현실, 공정과 불공정 사이의 갈등은 언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만큼 극심한 곳이 또 있을까?

1세기 전쯤 영국이 지배한 인도에서도 노사분쟁이 있었지만 식민지 정부도 개입하지 않았다. 간디가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친구인 사용자에게 노사를 조정하라고 요구하자 사용자는 부자관계에 제3자 조정은 있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런 가부장주의적인 인간관계는 지금도 한국에 지배적이다.
그러나 간디는 그런 가부장주의에 저항하여 노동자에게 파업을 권유했다. 돈이 모든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대통령은 돈이 모든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존재가 아닌지 의문이다.

지금 간디가 한국에 있다면 대통령이 되기는커녕 제3자 개입 금지로 당장 구속되고 그 파업은 불법파업으로 규정되어 공권력의 탄압을 받았으리라. 게다가 간디는 사용자가 굴복할 때까지 파업을 풀지 않겠다는 서약도 노동자들에게 받았고,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파업의 장기화로 흔들리자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것이 간디 최초의 단식이었다. 그것이 간디 사상과 행동의 출발이고 전부였다. 그의 진실 추구도, 비폭력도, 애국도 그 속에 다 포함되었다. 그러나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3자가 단식을 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당장 잡아갈지 모른다. 

우리 대통령과 간디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노사에 대한 태도만이 아니라 영어나 미국, 서양 문명에 대한 태도 등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어린지’에서 출발한 ‘고소영’ 파당과 달리 간디는 영어 교육을 철저히 거부했고 돈에 지배되는 서양 문명을 거부했다. 어떤 파당도 만들지 않았으며 모든 파당을 거부했다. 간디를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해도 한국에서는 감옥을 가지 않는 한 간디를 말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1세기 전 인도의 간디를 말하기조차 괴롭다. 그런 현실의 대통령 등이 간디를 비롯한 진실의 사람들을 들먹이는 것이 참으로 우습다. 특히 예수님을 들먹이는 것에는 창피스럽다. 

최고경영자(CEO) 예수니 부처니 간디니, 그들의 리더십이니 하는 소리도 어처구니없다. 간디도 시계를 찼으니 CEO는 그로부터 시계차기와 시간엄수를 배워야 한다고 하는 그런 책들이, 고장 난 자동차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야 정의인가 운운하는 책보다는 실용적일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책들에는 파업이나 파당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오로지 돈 버는 이야기뿐이다. 정말 달나라 이야기 같다. 반면 학생들에게 간디를 이야기하면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진실을 모르고 현실에만 급급하는 학생들이 안타깝다. 그 원인이 톱뉴스라면 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답답한 세상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