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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가 없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자, ‘오천만 핵인질’ 사태라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정당은 성찰해야 한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네 차례의 핵실험이 있었다. 그런데도 근본적 대응없이 ‘통일대박’을 말한 사람들이 누구였나?


하지만 지금이 중요하다. 현실이 엄중하다. 남들의 염치없음을 더 이야기할 여유조차 없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백척간두에 서 있다. 나는 그렇게 본다. 심각한 위기이다. 외교안보에서의 정체성 위기이다. 그의 정부는 외교안보에서 박근혜 정부와 달라야 한다. 그리고 성공해야 한다. 


보통의 시민에게 서울 하늘에 핵무기가 터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를 함께 운영하는 정치인들이 공포를 부추기거나 이용한다면 매우 무책임하다. 가장 무책임한 사람은 전술핵 배치 가능성을 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일본과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서, 자체 방위를 맡기고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방위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일본과 한국에 전술핵이 배치되면 대만도 핵무장을 할 것이다. 동북아는 핵무기가 없는 나라가 없게 된다. 핵무기 집중지역이 된다. 트럼프의 전술핵 배치는 어떠한 핵무기도 비핵보유국의 직접 또는 간접 관리에 놓이게 이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핵확산금지조약 위반이다. 더 큰 모순은 전술핵 배치는 북의 핵무장을 정당화시켜주고 용인한다. 북핵 문제를 북핵 용인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핵은 안된다. 사드에서도 트럼프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았다. 아무리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따라 무기배치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주한미군지위협정 2조에 의해 땅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과연 사드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배치할 수 있는 무기에 포함되는지, 어느 지역의 토지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지, 그리고 그 지역 시민들의 민주주의 권리를 어떻게 절차적으로 보장할지는 한국에 권한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성주 땅 제공 결정은 이러한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렸다. 


아직 파국은 아니다. 전쟁 외에 대안은 있다. 한국이 갖는 최소한의 자율성이라도 최대한으로 증폭해야 한다. 북한 핵무기가 평화를 가져올 수 없듯이 사드도 평화의 수단이 아니다. 한국이 전략적 자주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드를 단순히 ‘임시배치’라고 설명해서는 안된다. 그 근거를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소파 협정에 의하면 미국의 동의가 없이는 성주 사드 땅을 반환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시배치’라고 설명하려면 한국이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드를 철거할 법적 권한이 지금 있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라도 임시배치라는 설명의 근거를 만들어서 보여주어야 한다. 전술핵도 마찬가지다. 일단 들어오더라도 한국이 철거하라고 하면 미국이 말을 들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이 전략적 자주성이 없다면 운전자로 보지 않을 것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국민에게 어떤 경우에도 대화 없이는 그 어떠한 해결책도 마련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 이를 양보라고 비난받는 것을 걱정할 여유조차 없다. 대화는 언제나 필요하다. 대화 없이는 해결할 수 없음은 상식이다. 상식을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 상식을 국민에게 말하지 않았다. 새 정부는 달라야 한다. 그것이 정권의 정체성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남에게 변화를 요구하려면 자신도 변화할 준비를 해야 한다. 유엔의 제재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북의 6차 핵실험이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한국과 미국이 진정 북한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최종적인 행동을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도 오랫동안 북한의 변화를 말했다. 그 변화의 의미는 북한의 절멸인가 아니면 북한의 발전인가? 전자라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후자라면 체제인정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오천만 핵인질’이라는 염치없는 비난을 할 때가 아니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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