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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아닌 것들이 별에 기대
별의 흉내를 내는 동안
세상 언저리 어떤 얼룩은
지독한 꽃무늬 심장을 만든다
접히고 접혀서 중심을 알아차린
밤의 깊은 울음으로
제 빛깔의 각을 잡는다
뒤척거리는 너와 나 사이 하얗게
솟아난 지상의 작은 별무리
어떻게 우리는 저 매운 안쪽에 다다를까
권애숙(1954~)
폐가 뒤란에 핀 부추꽃 무리를 본 적 있다. 무너진 담장 너머 어둠에 잠긴 하얀 꽃들은 지상에 내려온 별들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의 영혼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 같았다. 한밤 폐가의 무서움도 잊은 채 홀린 듯 바라보았다. 폐가와 부추꽃, 그 흔치 않은 풍광에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섰다. 활짝 핀 부추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꽃대 하나에 여러 꽃송이, 대가족을 닮았다. 떠난 사람들 사연은 알 길 없고, 집은 적막했다.
이 시에선 중년의 고된 삶이 감지된다. 지독히 맵고, “접히고 접혀” 각진 ‘~살이’에 눈물 흘린다. 별도 아니면서 “별의 흉내를 내”는 것들 때문에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세상 언저리 어떤 얼룩”이 진하게 묻어난다. “하얗게/ 솟아난” 무리가 서로 관계를 가로막고, 불화와 갈등으로 밤새 뒤척거린다. 앙다문 꽃망울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참았던 말들을 와락 쏟아낼 것만 같다. 우리가 다다라야 할 “저 매운 안쪽”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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