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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미 대선 과정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의 대외정책 관련 발언의 요지는 ‘오바마의 정책은 안 한다(Anything but Obama)’로 요약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문제를 풀 수 있는데 전혀 안 도와준다’고 북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의 ‘중국 역할론’을 답습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트럼프 시대에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를 기대하는 우리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트럼프 정부 초대 내각의 안보라인이 국가안보보좌관 플린, 국무장관 틸러슨, 국방장관 매티스 등 대북 강경파 인사들로 채워짐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오바마 때보다 더 강경한 대북, 대중정책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미국 외교협회(CFR)는 북한이 5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하고, 탄두의 소형화·경량화까지 달성한 것을 두고 오바마 정부의 북핵정책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의 북핵정책이 대화·협상 쪽으로 바뀌지 않으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고, 우리는 결국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처지가 될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DB)

 

‘중국 역할론’은 무엇이 문제였나? 중국 역할론은 ‘북한 선행동론’과 함께 오바마 정부 ‘전략적 인내’ 정책의 양대 축이었다. 오바마 정부도 임기 초에는 ‘9·19 공동성명’에 따라 북핵문제를 협상으로 풀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선비핵화’를 고집하는 바람에 미국은 2010년 가을부터, 북한이 선행동(핵폐기)하도록 중국이 역할을 할 때까지 인내하면서 기다리겠다는 전략을 추진했다. 협상을 통해서 성취해야 할 결과를 대화 개시의 조건으로 내건 바람에 북핵 6자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문제는 회담이 열리지 않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경량화·다종화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역할론은 북한 핵능력을 키워주었다. 중국 역할론이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다시 북핵문제 해결책으로 이것을 들고나오는 것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중국 역할론과 ‘1+1’ 세트로 따라붙는 북한 선행동론도 트럼프 정부의 북핵정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카드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건 2005년 9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합의·발표된 9·19 공동성명에 명시되어 있다. 북한이 비핵화 대가로 받아내고자 하는 것은 미·북 수교, 일·북 수교, 대북 경제지원,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이다. 이를 남북한과 미·중·러·일이 만장일치로 합의했었다. 당시 언론들은 9·19 공동성명을 ‘북핵문제 해결의 로드맵’이라고 평가했었다.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외교협상의 말대로 이 합의는 몇 가지 이유로 결국 이행되지 못했다.

 

한 달 후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 미국의 북핵정책은 5개월가량 공백기가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온통 헌재의 탄핵 결정에 집중되어 있어 외교안보팀이 기존의 북핵정책을 습관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북한 핵능력 고도화를 막고 싶어도 때를 놓친다. 외교안보팀은 곧 물러날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국가에 의지하는 5000만 국민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으로 북핵문제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야권은 권한대행만 견제할 것이 아니라 외교안보팀도 감시해야 한다.

 

북핵문제는 원리상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야 해결된다. 그리고 그 결정권은 현실적으로 미국에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선행동론이 아니라 미국의 선행동론에 입각해서 실마리를 풀고, 중국 역할론이 아니라 한국 역할론에 입각해서 한국이 미국으로 하여금 그런 선행동을 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황재옥 | 평화협력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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