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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아픔! 살면서 겪는 가장 큰 고통이다. 지켜보면서도 뭔가 해줄 수가 없을 때 그 고통은 특히 커진다.

누군가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아니, 누구나가 그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이 가져다주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그런 두려움이 자리를 잡은 마음에 사랑은 들어설 수 없다. 사랑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가족, 특히 아이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존재이다. 여러 사회제도와 정책을 고민하는 이유가 결국은 다 아이들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의 본질 역시 그러하다. 한 나라의 명운도 그렇지만, 그 나라를 이루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도 아이들에게서 나온다. 웃음은 행복을 날라다 주는 수레인 바, 그 수레를 끌고 오는 이가 바로 아이들이다.

물론 아이들로 인해 불행할 수도, 슬플 수도 있다. 세상 어느 무엇도 오로지 하나인 것은 없다. 모두가 둘 이상의 것들을 함께 담아 하나를 이룰 뿐이다. 좋음과 나쁨, 옳음과 그름, 맞음과 틀림이라 불리는 것들이 각기 다른 하나인 것 같지만, 그 하나 하나에 서로 다른 모든 것들이 함께 스며 있다. 인간과 사회와 나라가, 그리고 삶과 역사와 세계가 복잡다단한 이유이다. 그런 세상에서 태어나 커가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아이들을 오히려 더 사랑하게 된다. 세상사의 오묘함을 헤아릴 수 있는 온전한 ‘나’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1인 가족의 시대!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도래한 현실이다.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 교육은커녕, 가계를 꾸려가기조차 어려운 현실. 2012년 통계청 조사 기준으로 전국 평균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46.4%로 거의 절반인데도 아이들을 믿고 맡길 보육시설이 부족한 현실. 있다 해도 인천 어린이집 사태를 통해 또다시 확인한 바와 같이 아이들에 대한 보육교사의 학대와 폭행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 그런데도 보육교사와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은 부실한 현실. 각종 영양을 풍부하게 섭취해야 할 청소년기에 밤늦게까지 학원 다니느라 끼니를 패스트푸드로 때우는 현실. 즐겁게 나선 수학여행 길에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현실. 비싼 등록금 내고 들어간 대학에서 삶에 가장 중요한 자원인 상호배움의 인연은 만들지 못하고, 스펙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학점과 남들 엉덩이 쫓아다니며 돈벌이 대상만 되는 현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군대에 갔다가 어이없게도 살인자가 되거나 희생자가 되는 현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파하고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그 누가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가 감히 사랑을 감행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이런 현실을 바꿔 달란 보통사람들의 요구에 정계와 재계가 꿈쩍도 않고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이제는 주권자인 보통사람들에 대해 갑질마저 서슴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가 마련한 희생자 임시분향소에서 한 유가족이 영정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_ 연합뉴스


공감과 배려와 시민성을 부쩍 강조하는 요즘이다. 부와 권력의 횡포에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아져 그러하다. 서로 기대며 살아갈 가족과 이웃이 붕괴되어 삶에 필요한 자원 획득의 책임을 홀로 져야 하기에 그러하다. 그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하루 평균 40명에 달하기에 그러하다. 이런 나라에서 공감과 배려와 시민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세밑 중앙일보가 ‘이제는 시민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새로이 내걸었고, SBS가 ‘배려’를 새해 아젠다로 내걸었다. 고무할 일이다. 하지만 유념할 것이 있다. 현실은 좋은 것을 표방하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또 좋은 것의 내용을 상황에 따라 자기 편한 것만으로 채워내면 허위가 되고 위선이 된다. 그런데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를 앗아간 현실을 바꾸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단순 표방과 허위와 위선이 된다. 시민성과 배려의 환경과 조건을 실제로 만드는 데 기여해야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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