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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 건축가

 


빛을 본다는 관광은 빛 자체보다 그 빛이 닿는 세상을 보는 것이다. 빛이 비추는 만물과 또 그 속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빛이 감싸는 관계와 빛이 더듬는 현상을 살피는 것이다. 빛이 머물다 간 과거를 되짚는 것이요, 빛이 머무는 현재를 밟는 일이다. 푸석한 어둠과 싱싱한 밝음, 그 미묘한 차이를 대보는 것이다. 빛이 꽂히는 산과 빛이 눕는 벌판을 품는 것이다. ‘살림에는 눈이 보배’라지만 관광에는 마음이 보배다. 관광이란 삶과 풍경의 관계학이며 풍광의 심리학이다. 스러지는 시간과 몸을 맞대고 기억되는 공간을 마음에 박는 일이다. 여기저기 겉만 핥지 말고 사람 사는 사연을 꼭 껴안을 일이다. 서둘지 말고 에둘러서, 천천히 찬찬히, 느리게 해찰하며, 뜸들이며 느긋하게…. 느리게 걸어야 더 넓게 보인다. 관광이란 출발과 도착보다 오가는 길 사이사이 과정이 더 소중하다.

빠름을 자랑하는 관광버스, 놀러가는 일도 고속이라니…, ㅍㅍ! 고속세상이 그리 몰두할 일인가. 보라. 정치·교육·경제·금융·종교·환경·문화 등, 앞뒤 안 가리고 급히 가다 망치는 꼴들을. 고속을 좇을수록 저속(低俗)해지는 세상, 고속의 후유증 고칠 약은 저속(低速)이건만 도무지 자제와 반성을 모른다. 이러다 우리 모두 원치 않는 멈춤을 만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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