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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2000만원에 가까운 활동비를 받고 원자력발전소 신규 부지 선정 과정에 참여한 인사가 노후 원전 수명연장(계속운전) 심의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2015년 2월 조성경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비상임위원에 대한 이런 보도를 했다. 조 위원은 2010년 12월~2011년 11월 한수원의 신규 원전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뒤 2014년 6월 원안위 위원에 임명됐다. 원안위설치법에 따라 최근 3년 사이에 원자력이용자(한수원) 사업에 관여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 ‘선수’(원전 진흥)와 ‘심판’(원전 규제)을 분리한다는 원칙이다. 더구나 원안위는 경향신문 보도 전에 이미 조 위원의 위법한 경력을 알았다. 하지만 조 위원은 자리를 유지했다.

보도 다음날인 2015년 2월26일 오전 10시 시작한 원안위 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결국 15시간 뒤인 27일 오전 1시10분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수명연장(계속운전)을 의결했다. 원안위 위원 가운데 2명이 퇴장한 다음이었다. 회의 시작부터 조 위원 기피신청이 있었지만, 이은철 위원장 등 다수 위원이 “법원 판단에 맡기자”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런 원안위의 독단적인 결정해 반발해 월성 1호기 인근 주민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일 법원이 원안위 결정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2년의 시간이 지난 다음이다.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은 무자격자인 조 위원의 참여가 수명연장 결정이 위법한 이유라고 했다.

기자는 원안위가 이렇게 무리한 위원 구성으로 의결을 강행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의심했다. 원전 안전성 평가에는 최신 기술을 쓰라고 원자력안전법에 정해져 있다. 하지만 원안위는 월성 1호기보다 뒤에 건설된 월성 2·3·4호기에도 적용된 최신 기술기준 ‘R-7’을 월성 1호기 평가에 쓰지 않았다. 법원도 이 부분을 위법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월성 1호기는 계속 돌아가게 된다. 원안위가 이번에는 고등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며 항소를 결정했다. 항소심에서 진다 해도 대법원까지 갈 것이고 원전은 2~3년 더 운영된다. 월성 1호기의 연장된 운영기간이 2022년까지니 소송을 이용한 지연작전만으로 ‘절반의 성공’은 거두는 셈이다.

유희곤 | 탐사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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