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수사결과 발표 당시, 국정원 이모 대공수사처장의 지시 또는 묵인 아래 권 과장과 김모 과장(구속 기소)이 증거조작 실무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검찰 스스로 권 과장을 범죄의 핵심 인물로 판단하고도 공범인 김 과장과 달리 불구속 기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더니 이제는 실무자까지 노골적으로 감싸고 나서는 건가. 검찰의 임무가 국정원 수사인지 변호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권 과장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의 북·중 출입경기록 등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수사에 불만을 토로하며 자살을 기도했다. 병원에서 치료받다 퇴원 후 검찰에 재소환됐으나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구체적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는 모든 증거조작의 시발점인 출입경기록 위조 경위조차 규명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게 됐다. 국정원의 벽 앞에서 눈치 보기로 일관했던 검찰의 ‘예견된 실패’다.
무죄 선고받은 유우성씨
검찰은 국정원 수사만 엉터리로 한 게 아니다. 유씨 수사와 공판에 관여한 검사들의 징계도 미루고 있다. 대검찰청은 5월1일 이모 검사 등 2명에게 정직 1개월, 상급자인 최모 부장검사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리도록 법무부에 요청했다.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 슬그머니 솜방망이 징계를 청구한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두 달이 지나도록 이 수준의 징계마저 확정짓지 않고 있다. 당초 징계위원회 일정을 잡았다가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기 위해 취소했다고 한다. 형사처벌을 면해준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가해자’인 검사들은 아직 징계조차 받지 않았는데 ‘피해자’인 유씨는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으니 기막힌 일이다. 검찰은 유씨의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와 별개로 4년 전 기소유예했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도 다시 끄집어내 재판에 넘겼다. 무도하고 뻔뻔하다.
국가 정보기관이 형사사건의 증거를 조작한 것은 사법체계를 뒤흔들고 헌법정신을 훼손한 국기문란 범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사건을 ‘상설특검 1호 대상’으로 추진키로 했다. 새누리당도 특검 도입을 회피할 일이 아니다. 국정원과 검찰이 땅에 떨어뜨린 사법 정의를 국회가 바로 세워야 한다.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자 칼럼]누가 죄인인가 (0) | 2014.07.04 |
---|---|
[정동칼럼]‘관심 대통령’ (0) | 2014.07.02 |
[사설]충격적인 청와대·해경의 ‘세월호 참사’ 핫라인 통화 (0) | 2014.07.02 |
[사설]‘인사 참사’ 사과 없이 국민 눈높이 탓한 박 대통령 (0) | 2014.06.30 |
[사설]염치없는 새누리당의 ‘인사청문회 흔들기’ (0) | 2014.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