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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당시 정부의 무능과 부실 대응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공개한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의 핫라인 통화 내용은 충격적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은 세월호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나도록 ‘370명 구조’로 알고 있었다. 해경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 생존자 370명이라고 한다”고 보고했다. 세월호 초기 대응에 대혼선을 초래한 ‘전원 구조’의 오보는 해경의 과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경은 그 보고 1시간 후에야 구조자가 166명이라고 정정했다. 보고를 받은 청와대 관계자는 “166명이라고, 큰일 났네, 이거 VIP(대통령)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라고 대경실색했다. 청와대 상황실이 위기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은커녕 잘못된 ‘대통령 보고’의 파장만 걱정하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던 셈이다. 세월호 사고 당일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드느냐”고 묻는 등 희생자들이 배 안에 갇혀 있다는 걸 모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에게 정확한 상황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개되는 해경의 세월호 사고당시 통신내용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은 세월호 선체가 아직 물 밖에 떠있던 골든 타임에 “아직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금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에 따라 불안에 떨며 구조를 기다리던 단원고 학생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해경은 그 와중에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은밀한 조치를 주문하고, 현장 구조에 동원된 헬기를 급유를 핑계로 해양수산부 장관 의전용으로 빼돌렸다. 실종자들의 안위보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구조 인원 숫자가 틀린 것에만 신경쓰는 청와대, 구조 헬기를 의전용으로 불러내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책임 은폐에 골몰한 해경의 행태는 왜 참담한 세월호 비극이 일어났는지를 웅변한다.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해경 등 관련 부처·기관들의 직무유기와 태만이 없었다면 300여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한꺼번에 희생당한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 당일 해경과 청와대의 핫라인 통화 내역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문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와 검찰은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데 추호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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