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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연쇄 낙마한 이후 여권 내부에서 인사청문제도를 뜯어고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문제도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제도 개선 등 근본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운을 띄웠고, 윤상현 사무총장은 “신상 문제와 도덕성 검증은 사전에 비공개로 하고, 이후 업무수행 능력을 공개 검증하는 청문회의 이원화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구체 방안까지 내놓았다.
여권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청문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면 청문회 제도 자체를 악법으로 몰아 무력화하려는 발상이다. 겉으로는 이원화라 하지만 실제로는 하지 말자는 뜻이나 다를 바 없다. 비공개 도덕성 검증은 내용을 알 수 없으니 시비를 걸 수 없고, 공개적인 정책 검증은 여야가 공허한 공방만 벌이는 요식행위로 전락할 게 뻔하다. 비공개 사전검증은 지금도 하고 있지만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사례에서 보듯 신뢰성은 매우 낮다.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비공개 사전검증이 이렇게 부실할진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검증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문가지다.
인사청문회 문제점 제기하는 이완구 원내대표
새누리당은 미국의 인사청문이 이원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했지만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미국은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국가기관의 모든 기록을 총동원해 과거를 들추고 신상을 턴다. 음주운전, 논문표절, 위장전입, 병역기피를 한 사람이 장관으로 지명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법무장관 후보에 오른 조 베어드라는 법조인은 불법 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한 일도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 시행된 때는 새누리당이 야당이던 2000년이다. 새누리당은 이 제도에 따라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숱한 총리·부총리·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켰다. 그때 당 대표를 하며 국민의 엄격한 눈높이 잣대를 들이댄 사람이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제 집권세력이 되었다고 입장을 180도 바꾼다면 정말이지 염치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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