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명박 정부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키우겠다”며 시작한 게 한식세계화 사업이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명예회장을 맡아 5년간 1000억원 넘는 세금이 들어갔다. 감사원이 사업 내역을 들여다보니 엉망진창이었다. 예산의 25%가량이 엉뚱한 곳에 쓰이거나 쓸 곳이 없어 이월됐다. 유명 여배우 브룩 실즈가 고추장을 고르는 사진이 미국 잡지에 실리자 마치 사업의 성과인 양 내세웠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한식 가이드북 출판기념회를 하면서 1인당 474만원짜리 호화판 다과행사를 가진 사실도 논란이 됐다.

국고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이 정부를 대신해 공익사업을 할 때 지원하는 돈이다. 올해만 2000여개 사업에 52조원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 2006년 30조원이던 것이 10년도 안돼 곱절 가까이 늘었다. 국고 보조사업은 한번 예산이 잡히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연속성을 갖게 마련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시작된 한식세계화 사업이 단적인 예다. 보조금 사업이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돈 씀씀이가 문제다. 정부 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보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감사원이 틈나는 대로 예산 집행 내역을 들여다보지만 역부족이다. 매년 정부 출연기관과 지자체의 보조금 횡령 및 유용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한해 수사기관에 적발된 보조금 횡령 액수만 17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관리도 부실을 키우는 요인이다. 부처마다 사업을 벌이기만 했지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는 관심 밖이다. 조세재정연구원 자료를 보면 현재 진행 중인 국고보조 사업 가운데 정상 판정을 받은 게 60%가 채 안된다. 지난해 없어져야 할 사업에 들어간 세금만 1조1000억원이 넘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보조금을 불법으로 수령하는 것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렇게 나랏돈이 줄줄 새고 있으니 곳간 사정이 좋을 리 있겠는가. 보조금 유용을 막고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면 수조원을 아낄 수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보육 및 무상급식 예산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정부가 뒤늦게 국고보조금 관리 방안을 이달 중 내놓기로 한 모양이다. 우선 눈먼 돈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려면 이익금의 몇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려 본때를 보여야 한다.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일몰제를 도입해 효과가 미진한 사업에 엉뚱한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안전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