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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은 건국 이래 국가가 주도한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광주 문화수도’ 공약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2023년까지 모두 5조3000억원(국비 2조8000억원, 지방비 8000억원, 민자 1조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그동안 전문가 자문회의, 세미나,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통한 의견수렴과 대통령 소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전당 콘텐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살펴보면, 서울 예술의전당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 대한 구체적 방향은 보이질 않는다.

더욱이 복식미학 전문가인 나는 그동안 문화전당 개관식 프로그램 중의 하나를 중국, 일본, 캄보디아 등의 외국 복식으로만 구성하였고, 우리 민족 고유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특성, 지역의 특성 그리고 건축·예술양식을 담고 있는 ‘한국전통복식’은 편성되지 않았다는 매우 실망스러운 얘기를 관련 실무자로부터 들어야 했다.

한국전통복식은 우리의 전통성에 뿌리를 두면서도 항상 새로운 문화에 대해 가변성을 지니고 있는 우리 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산물로서 스토리텔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예로,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2부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아시아드의 노래’와 ‘아리랑 판타지’를 열창하면서 입었던 흑과 백이 화려하게 조합된 의상을 들 수 있다.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 실루엣은 조선시대 스란치마와 대란치마에서, 앞 옷자락은 당의(唐衣)의 옷자락에서, 소매는 원삼(圓衫)·적의(翟衣)에서 원용조합한 것이다. 얼핏 보면 서양 의상처럼 보이지만, 오늘날 감각에 부합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의상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감히 모방할 수 없는 형상이다.

옛 전남도청 자리 일대에 짓고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문화시설인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지난 9월30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회의에서 한 민간위촉위원이 전당 개관 프로그램에 한국전통복식이 편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했고, 나도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 위원회에 건의 e메일을 두 차례나 보냈다.

문화부 전당기획과에 따르면, ‘문화전당 콘텐츠 종합계획’을 올 연말까지 다시 수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전통복식’이 추가 편성될 거라는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국가의 문화적 위상을 강화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부디, 문화전당 개관식 프로그램에 ‘한국전통복식’이 필히 포함되어 온 국민, 전 세계인들이 우리 한국전통복식을 체험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아시아,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전통복식을 사랑해주길 바란다. 더 나아가 한국전통복식이 작품화, 산업화, 세계화되어 국가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명품 콘텐츠로 자리매김될 수 있길 기대한다.


김옥진 | 전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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