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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첫 번째 다큐멘터리영화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다이빙벨>이 관객 3만명을 돌파했다. 독립영화의 열악한 배급 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1만명이라는 관객 수조차도 얼마나 넘기 어려운 고지인지 잘 알 것이다. 개봉일 겨우 19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한 <다이빙벨>은 스크린 수의 절대적 열세에도 단 5일 만에 관객수 1만명을 돌파, 개봉 11일 만에 2만명 돌파, 개봉 3주차에 3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다이빙벨>의 흥행이 ‘기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작은 영화관들의 연대와 국민들의 호응만으로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전폭적 지지에도 멀티플렉스 극장은 <다이빙벨>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관객들이 멀티플렉스 극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상영을 요청해도 “상영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한 관을 대여하여 상영관을 만드는 방식인 ‘대관상영’을 진행하기 위해 멀티플렉스에 상영요청을 하였으나 상영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혀 30여개의 상영이 취소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개봉 영화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대관 상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해당 극장의 개봉 영화가 아님에도 대관상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또 하나의 약속> <블랙딜> <두 개의 문> <슬기로운 해법> 등의 사례로 볼 때 <다이빙벨> 상영 불가의 이유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국 각지의 작은 영화관들이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주 시네마타운, 청주 SFX시네마, 구례 자연드림 시네마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아님에도 <다이빙벨>을 개봉했으며, 충청남도 부여군에 위치한 금성시네마와 경기도 동두천시의 문화극장3 역시 개봉을 확정했다. 여주 월드시네마, 양평시네마, 이천 씨네세븐, 고창 동리시네마 등에서는 대관상영이 확정되었으며 명화극장, 고센시네마, 동리시네마 등의 작은 극장들이 대관상영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다이빙벨> 영화의 한 장면 (출처 : 경향DB)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 직후 72시간의 골든 타임 동안 도대체 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취재에 착수하여 팽목항 현장에서 고군분투 뛰어다니며 만든 다큐멘터리영화로서, ‘수중장비 다이빙벨의 투입과 철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참사 이후 펼쳐진 숱한 부조리의 한 사례를 다룬 이 한 편의 영화에 관객들이 이토록 뜨겁게 호응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언론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궤도를 돌며 제 기능을 하지 않았는지, 그래서 국민들이 얼마나 진실에 목말랐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영화는 대단한 극적 장치나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도 많이 사용하지 않은 채, 탐사보도처럼 사실에 입각해 기록하고 당시 정황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런데도 관객들이 분노의 탄식과 눈물을 쏟아내는 것은, ‘구조하지 않는 해경, 책임지지 않는 정부, 거짓을 퍼뜨리는 언론’의 끔찍한 실체와 민낯을 낱낱이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살해 협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한 사람이라도 살리기 위해 사비를 털어 구조를 시도했던 의인은 사기꾼으로 몰렸고,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은 어이없이 죽어갔다.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는 이 영화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현실이 ‘티끌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또 다른 다큐멘터리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 뇌경색 투병 중에 사투를 벌이며 이 영화를 만든 이상호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양심의 부력으로 함께할 때만 그렇습니다.” 바다를 떠도는 원혼들을 달래고 또 다른 참사를 막는 유일한 길, 끝없이 침몰하는 이 사회를 인양하는 힘, 그것은 진실의 횃불을 활활 밝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황윤 | 다큐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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