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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탈북민 보호기간을 현행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민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통일부는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탈주민법에 거주지 보호기간이 5년으로 돼 있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탈북민 위기가구 등을 대상으로 거구지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세부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 6월 말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3만3022명에 달한다. 정부는 초기 정착을 돕기 위해 5년간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정착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서울 임대아파트에서 탈북여성 한모씨(42)와 아들(6)이 굶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초기 지원에 초점을 둔 제도의 맹점이 드러났다. 탈북민들을 사회 적응도에 따라 평가해 보호기간을 늘리고 좀 더 세심히 살폈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비극이었을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하나 보호기간을 늘리는 정도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탈북민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남북하나재단의 지난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직업유형 중 단순노무종사자 비율(22.5%)이 가장 높았고, 임금근로자 중 3년 이상 근속한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북한에서 일류 대학을 나오고 전문성도 갖췄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인정받을 수 없다. 북한에서 의사였던 한 탈북민이 청소용역 업체에서 일하다 건물에서 실족사한 일도 있다. 가족들은 그가 “남한의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차별받는 풍조를 가장 힘들어했다”고 했다. 적지 않은 탈북민이 한국에 들어왔다가 제3국으로 떠나거나 아예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이런 현실을 웅변한다. ‘탈북민 디아스포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자녀들에게까지 차별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찾은 한국 땅을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자 통일의 시험장’으로 불린다. 탈북민에 대한 포용은 분단 극복과 통일을 위한 예비과정이다. 탈북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 탈북민들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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