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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두 달 넘게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정국은 일단 끝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 정치권, 법무부·검찰이 보여주는 ‘포스트 조국’ 행보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키워드는 검찰개혁이다. 장관 대행인 법무차관을 청와대로 부른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직접 챙길 뜻을 분명히 했다. 언론에 사전에 일정을 알린,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다. 검찰개혁을 법적·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할 정치권은 그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법무부는 법무부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검찰개혁안 마련과 실행에 들어갔다. 다들 검찰개혁의 ‘속도전’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에 ‘이달 중’ 방안을 마련하라고 시한을 박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9일부터 검찰개혁안의 본회의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며 야당을 재촉한다. 시대적 과제가 된 검찰개혁을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짓고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시간은 유한하다. 검찰개혁의 완수는 해를 넘기면 힘겨워진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는데, 검찰개혁에 대해 이렇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적이 없었다. 검찰개혁은 무엇보다 조국 정국을 거치며 시민들의 명령이 됐다. 그럼에도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뒷일은 어찌될지 모른다. 당·청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이유일 터다. 한데, 검찰개혁안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두고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드라이브를 걸지만,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마음대로 수사청”이라며 호응할 생각이 별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개혁 입법이 서둘러 매듭지어진다고 해도 사회가 조국 정국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에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다. 지금 내치·외치 어느 것 하나 순탄하지 않다. 정부 출범부터 몰아친 적폐청산 작업과 한반도 상황은 국정운영의 큰 틀을 지탱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한다고 평가받는 국정 분야다. 하지만 적폐청산이 길어지면서 피로도가 늘고, 북·미 협상이 삐걱대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멈춰 섰다. 집권 전반기 서민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의 위기라고 불릴 만한 ‘큰일’은 없었다. 조국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적잖은 이들이 반대층으로 돌아서거나 중도층·관망층으로 옮겨갔다. 조국 사퇴 이후 국정 지지도가 반등했다는 여론조사도 나오지만 여전히 40% 초반이다. 이 과정에서 뼈아픈 것은 문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경향신문·한국리서치 여론조사(9월29일~10월1일 실시)에서 ‘문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능력’에 대해 ‘잘한다’는 긍정평가(48.0%)는 ‘잘 못한다’는 부정평가(49.6%)에 밀렸다. 2년 전 경향신문·한국리서치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81.4%였으니, 그야말로 곤두박질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국민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의 손을 먼저 놓아버린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조 전 장관의 개인적 흠결 때문만은 아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론이 격렬하게 나누어졌음에도 ‘조국 수호’를 요구하는 지지층의 얘기만 듣는 태도였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대국민 신뢰 회복을 하지 못하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려가기 어렵다.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포부는 결국엔 “꿈같은 희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서초동·광화문에서 확연하게 갈린 시민들의 외침이 직접민주주의 행위이지 국론분열이 아니라던 문 대통령도 결국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국정의 앞순위로 끌어올리며 국면 전환에 분주하다. 대기업 행사에 잇따라 참석하고 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것도 그런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경제와 민생 문제는 어느 정부에서건 국정의 중심 과제였던 만큼 문 대통령이 이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정·정의의 문제에 대한 대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한국 사회의 불공정성이 새삼스럽진 않지만 조국 사태가 불공정 구조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시켰고, 특히 청년층의 분노가 컸다. 향후 국정운영은 대국민 공감 속에서 이뤄지기를 바란다. 국론이 하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국민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은 부단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안홍욱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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