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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 후군(메르스)’ 환자가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더니 이틀 새 감염자가 3명으로 늘어났다. 중동 지역에 다녀온 첫 감염자에 의해 간병하던 부인과 같은 병실을 쓰던 70대 남성이 2차 감염된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발생 지역이 주로 중동에 국한됐고 전파력도 그리 높지 않았던 메르스가 국내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특히 가족을 넘어 병실을 같이 쓴 환자에게까지 2차 감염이 발생했다니 충격적이다.

메르스는 2003년 세계에서 8000여명이 감염돼 약 800명이 사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같은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가 원인균이고 증상도 비슷하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이제까지 1142명이 감염됐는데 이 가운데 98.7%가 중동에서 발병해 ‘중동판 사스’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스에 비해 확산 속도가 느리고 최근 들어 주춤하는 추세를 보이기까지 한다.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장해서도 안되겠지만 치사율이 40.7%에 이르고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2명 더 발생한 26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입국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자택 격리 중이던 2명의 감염 의심자를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옮긴 뒤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_ 연합뉴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아직 정확한 감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은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2m 주변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을 ‘밀집접촉자’로 분류해 격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첫 환자 발생 직후 보건당국은 메르스에 대한 위기경보체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감염자가 3명으로 늘어나자 가족과 의료진 등 밀집접촉자 64명 전원을 격리 조치했다. 아직은 지역 발생이 아닌 병원 내 감염 수준이기 때문에 ‘주의’ 단계를 그대로 유지하되 사실상 ‘경계’에 준하는 대응을 취하는 것이다. 확진 환자에 대해서는 증상에 따라 적절한 내과적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다행히 이들 확진 환자는 모두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격리 중인 밀집접촉자 가운데서도 의심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메르스가 독감처럼 쉽게 퍼지는 질병이 아니고 지역사회로 번져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낮을수록 현실화되면 큰 혼란이나 재난으로 나타나는 만큼 더욱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일반 국민도 손 씻기 등 평소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특히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때는 낙타·박쥐·염소 등 동물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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