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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16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지현 검사가 안 전 국장의 성추행과 보복 인사 의혹을 공개적으로 고발한 지 70여일 만이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다. 안 전 국장이 2015년 8월 인사에서 수원지검 여주지청 소속이던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한 조치를 ‘부당한 인사권 남용’으로 판단한 것이다. 성추행 혐의는 서 검사가 당시 고소하지 않아 기소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앞서 검찰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13일 회의를 열어 ‘안 전 국장을 재판에 회부하고, 구속영장도 청구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후배검사를 성추행하고, 부당한 인사조치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6일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오고 있다. 경향신문DB

안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뿐이다. 검찰은 서 검사의 폭로 이틀 뒤 전담 조사단을 출범시켰다.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해 서 검사 관련 인사자료도 확보했다. 그러나 신병처리 및 기소 여부 결정은 계속 미뤘다. 중요 참고인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소환조사에도 실패했다. 결국 문무일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이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기고서야 결론이 났다. 검찰이 사건을 자체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제 식구 감싸기’에 미련을 못 버렸던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서 검사의 공개 증언은 한국 사회에서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본격 점화시켰다. 2016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계_내_성폭력’ 운동이 시작됐으나 사회적 반향은 미약했다. ‘현직 검사의 생방송 인터뷰’라는 전대미문의 고발은 이러한 목소리에 힘을 불어넣었다.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와 정치권, 대학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음모·공작 운운하거나 ‘익명 미투’를 폄훼하는 등의 백래시(backlash·반격)도 이어졌지만 미투의 도도한 물결은 멈추지 않았다. 서 검사의 용기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는 이유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최근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피해자 입장을 중시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거대한 흐름에 호응하는, 사법부의 의미 있는 변화다. 서 검사의 용감한 고발이 법원의 단죄로 이어지고, 차별과 폭력의 고리가 끊기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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