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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그 감독을 받는 비영리 국제기구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주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 초부터 선거협의회의 해외 활동과 김용희 사무총장(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기구 운영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감독 관청으로서 책임을 진다며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이 자진 사퇴했다. 정부 예산이 해마다 80억여원이나 투입되는 기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 주재 유럽국 대사들은 권기창 한국대사에게 “선거기관협의회가 알선해 콩고 선관위가 도입하려는 (국내 기업 미루시스템즈의) 전자투개표기가 콩고 대선을 좌초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남성의 90%가 문맹인 독재국가 콩고에 전자투개표를 도입하면 선거 부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 업체가 기기를 수출한 이라크에서는 지난 5월 총선 직후 선거조작 논란이 있었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책임을 거론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김 총장의 장기 집권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선관위 사무차장 때 협의회를 만들어 초대 총장을 겸임한 이래 퇴직 후인 지금까지 계속 이 기구의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협의회 정관을 개정해 종신 총장의 길까지 열었다. 그런데도 김 총장은 “전자투개표는 선거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기기의 해외 수출을 알선한 게 무슨 문제냐는 투다. 지난 2월 감사에 나선 중앙선관위가 김 총장을 배임 등 혐의로 수사의뢰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이다.

정부 돈으로 운영되는 국제기구의 운영 책임자가 특정 회사의 기기를 업무와 관련이 있는 외국 기관에 지속적으로 알선한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가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은 범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검찰은 8개월이 지나도록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로부터 이 일을 보고받은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김 총장은 최근 “조만간 내가 무혐의 처분을 받을 텐데, 그땐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사의뢰된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행안위가 16일 이 사안에 대해 국감을 벌인다니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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