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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이 건강해야 이가 바로 섭니다!” 어떤 잇몸약 광고 카피가 이랬지 싶습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힘써 공들인 것은 헛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탑의 어느 곳에 공을 들인다는 것일까요? 석가탑의 미끈함일까요? 아니면 미륵사지 석탑 같은 웅장함일까요. 답은 첫 문장에 나왔습니다. 탑을 세울 때 먼저 공들이는 부분, 바로 기초입니다.

집 지을 때 땅 파고 콘크리트 부어 기초공사 하듯 탑 세울 때도 지반부터 다졌습니다. 접착제 없이 부재의 하중만으로 견디도록 쌓아 조립하기 때문에 땅이 조금만 기울어져도 탑이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판축(板築) 기법이라 해서 토목공사의 흙막이공법처럼 땅을 깊게 파고 사방에 지지 기둥 박고 두꺼운 나무판들 끼워 흙이 무너지지 않게 버틴 뒤, 그 안에 진흙이나 펄, 잔자갈 같은 입자가 고운 것들을 한 켜씩 섞어 넣고, 밀도를 높이기 위해 아름드리 목재 달구로 쿵쿵 쳐 켜켜이 다지기를 수도 없이 합니다.

이것이 공든 탑의 시작입니다. 안 그러면 스며든 빗물에 땅이 물렁해지고, 얼었다 녹은 지반이 들떠버리니까요. 기계가 없던 옛날에 이런 지반공사를 하자면 인건비 절대 무시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품삯이 아까워 뭘 저리 며칠째 하나 싶어 “탑 세울 석공비도 있는데, 거 대충 하고 끝냅시다” 하기도 했겠죠.

1977년에 시작해 밀어붙이기로 2년6개월 만에 완성한 그렇게 외양은 참 아름다웠던 성수대교가 1994년 10월21일 부실한 공사, 부실한 관리로 상판이 무너졌습니다. 출근, 등굣길 서른둘의 목숨도 같이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부실 공사는 앞으로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돈이니까요. 사상누각은 모래 위에만 짓는 것이 아닙니다. 대공(大公)이든 소공(小公)이든, 내 소관만 아니면 된다는 철통 위에 가장 먼저 짓습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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