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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사용자 대표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이 모색해온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결렬됐다. 한국노총은 어제 긴급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정부와 재계의 노동시장 구조 제안에 대한 수용불가 입장을 재확인하고, 노사정 대화중단을 결정했다. 앞서 정부와 재계는 한국노총이 제시한 ‘5대 수용불가 사항’을 거부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모처럼 마련된 노사정 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파국을 맞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노사정 3자가 지난달 31일의 시한을 넘겨가면서까지 논의를 계속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결렬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한국노총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만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하기 바란다.

노사정 협상 결렬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협상의 핵심 의제인 노동시장의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 방식이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3자 모두 공감하는 해결책 마련 자체가 불가능한 목표였다.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을 노동시장의 최우선적 해결 과제로 꼽고 있다. 이른바 ‘정규직 과보호’ 문제의 개선과 고용유연화를 통해 노동양극화를 해소하고 비정규직 차별 및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반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정부의 대기업 위주 노동정책과 대기업들의 비정상적 고용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만 해도 독점적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차별이 핵심이다. 이는 경제성장 과실이 소수 대기업에 집중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를 엄단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일자리의 86%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을 개선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외면하고 ‘쉬운 해고’와 임금 인하를 통해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고 정규직 및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가 재계를 의식해 근본 원인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노동계는 물론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노사정 대타협 결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추진방향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브리핑하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 경향DB)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과의 차별 문제로 몰고 가는 것도 또 다른 왜곡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급속 확산된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들이 비용을 낮추고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도입한 저임금 및 불안정 고용의 산물이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비정규직 채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고소득 전문직과 고령자에 대한 파견 허용으로 노동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책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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