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종편 ‘채널A’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대검찰청 인권부에 맡겨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다. 인권부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막말이나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사례를 찾아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부서다. 기자와 검사장 간 유착 의혹을 밝혀내는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앞서 윤 총장은 대검 감찰본부가 ‘검언(檢言) 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 계획을 보고하자 “추가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이를 반대했다. 검찰 비위 전담기구인 감찰본부의 감찰은 못하게 하고, 고유업무와 동떨어진 인권부에 진상규명을 맡긴 것이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 현재 대검 감찰본부장은 판사 출신 외부인사가 맡고 있고, 인권부장은 현직 검사장이다. 외부인사가 수장인 감찰본부의 감찰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란 의심을 피할 수 없다. 

MBC 보도에 따르면 채널A 기자는 전 신라젠 대표 측근에게 현직 검사장과 통화한 음성파일과 녹취록을 보여주며 압박·회유한 정황이 뚜렷하다. 녹취록에서 현직 검사장은 기자에게 “(전 신라젠 대표) 이야기 들어봐. 그리고 나한테 알려줘. 대검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 연결해줄게. 그리고 수사팀에도 다 얘기해줄게”라고 말한 걸로 돼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기자와 검찰 간 유착은 단순 취재윤리 위반을 넘어 범죄행위에 가깝다. 이 검사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거론된 검사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지만, 검찰이 당사자의 얘기만 듣고 사건을 끝내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윤석열 검찰은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를 겨냥해 석 달이 넘게 ‘먼지떨이식 수사’를 벌인 바 있다. 그리고 조 전 장관 부인을 딸의 대학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현직 검사장이 기자와 공모해 옥중에 있는 취재원을 협박해 특정인을 겨냥한 정보를 캐내려 했다면, 이보다 중하면 중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건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특수부 검사를 총동원해 파헤쳐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사건을 감찰본부도 아닌 인권부에 맡겼다니, 도대체 누가 인권침해를 당했단 말인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기자와 검사장을 협박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이 들어온 이상 수사는 피할 수 없다. 검찰이 제 식구에 대해서도 ‘조국일가’와 똑같은 잣대로 수사를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