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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어제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한 증언은 청와대가 그간 어떤 잘못을 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냈다. 청와대가 수차례 국정농단 사태를 막거나 중지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걷어찼던 것이다. 권력 감시와 견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권력기관은 범죄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이석수 전 감찰관은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 “재단을 한번 만들면 없애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데, 정권 2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만들어놓고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4~5월 처음 첩보를 보고 재벌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단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라고 해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가로챈 혐의로 서울에서 체포된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지난 11일 부산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감찰관은 “(부산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씨가 엘시티란 큰 사업을 부산에서 하는데 제대로 분양이 안되면 큰 사달이 나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무사하지 못할 거란 얘기가 돌아다녀 관심있게 봤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아들의 병역특혜 부분, (우 전 수석 부인 회사) ‘정강’이라는 기업의 횡령건 등 두 건에 대해 감찰을 진행했다”고 했다. 올 초 특별감찰관실과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조사하고, 검찰이 진지하게 수사했다면 이들 범죄 고리를 끊거나,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적어도 세 단계의 견제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실 조사는 막혔고, 민정수석실은 조사를 방해했다. 청와대는 이 건을 덮는 데 급급했고, 이 전 감찰관이 기밀을 누설했다고 몰아붙여 사표를 받아냈다. ‘우병우 라인’이 장악한 검찰은 손을 놓고 있었다. 특별감찰관실을 제외하고 추문과 비위, 범죄를 방조 혹은 은폐·묵인한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은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이어졌고,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수사를 불러왔다.

 

다음 청와대에서는 사람이 바뀐다고 이런 일이 안 벌어질까. 대통령과 고위인사 친·인척 비리와 사칭 범죄는 모든 정권에서 벌어졌고, 앞으로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감시와 견제, 자정 기능을 확충해 예방해야 한다. 또 작은 범죄사실이라도 즉각 공개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권력형 비리 감시와 자정 체계를 얼마나 잘 만들어 시행할지, 그 개혁과제를 누가 잘 이행할지 유권자들이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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