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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과 나라살림연구소가 공동으로 검증한 결과, 6·13 지방선거 후보 공약이 토건(土建)에 치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 모두 6 대 4 비율로 건설 공약이 비건설 공약보다 많았다. 김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폐지를 주장하며 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 지하화·2층화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설치 등을 공약했다. 서울시내 52개 대학 주변을 4차 산업혁명 특구로 지정해 개발하겠다고도 했다. 안 후보도 뒤질세라 28일 지상을 지나는 서울의 국철을 전면 지하화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서울 15개 자치구를 지나는 6개 노선의 지상 구간 57㎞를 모두 지하화하고 이곳에 숲길을 조성하겠다며 이를 ‘서울개벽 프로젝트’로 명명했다. 서울이 온통 공사판이 될 상황이다.

시민 편익을 위한 사회간접자본과 인프라 확충은 필요하다. 개인의 재산권 행사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개발이 시정의 중심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토건이 아닌 문화와 복지 등을 통해 시민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해마다 줄이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선거 때만 되면 개발 공약이 득세하는 이유는 지자체장의 치적 홍보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폐기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다시 들고 나서고 서병수 한국당 후보가 야구장 건설을 공약한 것도 다 그런 차원이다. 여기에 유권자들의 재산 증식 욕망과 건설업자들의 한몫 챙기기도 개입한다. 결국 후보들과 개발업자, 부동산 소유자들의 이기심이 어우러지면서 지방선거가 토목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는 한때 뉴타운 열풍이 불면서 도시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또다시 같은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철도 건설에도 신중해야 한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도로 유지·보수 비용 상승으로 재정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일본 지자체들 사례도 남의 일로 흘릴 게 아니다. 토건사업으로 지어놓고 사후 관리가 안돼 방치된 시설들이 이미 전국에 허다하다. 과도한 토건사업으로 국가와 지방 재정이 낭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복지 사업이 취약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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