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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공간으로 물색했던 내곡동 사저 불법매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 거부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엊그제 “특검법 도입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법 내용 중 특정 정당에 특검 추천권을 부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안을 처리할 때 ‘친이’ 인사들이 제기한 문제를 청와대가 재론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이해하는데 위헌 소지가 문제라니 옹색하다.


청와대 주장에 일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모두 9차례 특검을 도입했고, 변협 회장이나 대법원장이 추천권을 행사했다. 2003년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 때 국회의장이 갖도록 돼 있는 특검 추천권을 논란 끝에 변협으로 바꾼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내곡동 사저 불법매입 의혹의 성격이다. 이 사건은 다른 사람이 아닌 이 대통령과 아들 시형씨 등 대통령 가족이 연루된 것이다. 청와대는 고발자 격인 민주통합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는 것은 위헌이라지만 반대로 청와대 주장은 수사 대상자가 특검을 고르겠다고 덤비는 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그러잖아도 민주당이 후보 2명을 추천하면 이 중 한 명을 특검으로 결정하는 이는 이 대통령 아닌가.


내곡동사저 특검 제안설명 (출처: 경향DB)


청와대의 특검법 위헌 시비는 논쟁을 위한 논쟁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특검 거부권을 검토하기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검찰이 의혹 해소는 고사하고 면죄부 주기로 일관하는 바람에 특검 도입에 이른 것이다. 이 대통령이야 어차피 형사 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 그렇다치더라도 아들 시형씨를 소환 조사 한번만 했더라도 여론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특검을 부른 건 자업자득이고, 위헌 시비는 적반하장이나 다를 바 없다.


청와대가 정말로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혼란과 망신을 자초할 뿐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재의결 절차를 염두에 뒀을지 모르지만 특검 도입은 여야 합의 사안이다. 재집권을 꿈꾸는 새누리당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특검법을 거부할 요량이라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부터 천착하길 바란다. 특검에 최대한 협조하는 것이 남은 명예라도 지키는 길이다. 내곡동 특검법 거부는 끝까지 당당하지 못한 ‘꼼수’이고, 논란 끝에 합의를 도출한 국회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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