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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이 결국 분당의 길로 들어섰다. 강기갑 통진당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아야 될 때가 오고 말았다”며 “분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신주류 쇄신파인 강 대표가 이미 딴집 살림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구주류 당권파와의 결별을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이후 불과 아홉 달 만이다.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없으나 당권파가 당의 쇄신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통진당의 분당 사태는 자정 능력이 없는 진보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만약 통진당이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의 한 중심에 있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을 정상적으로 추진했다면 분당만은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제명안이 의원 총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쇄신파와 당권파가 공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달렸다. 강 대표는 “통진당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길 또한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분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분당은 한없이 추락한 통진당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곧추세우고자 하는 안간힘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개숙인 강기갑 대표 (출처: 경향DB)
그런 통진당의 내일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진보의 재구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 갈라섰을 때처럼 헤쳐모여식 이합집산에 그친다면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 정치가 총체적으로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주변 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 정당을 지탱해온 주요 기반인 민주노총은 이번 파문을 겪으면서 지지를 철회했다. 분당 과정에서 심화할 수밖에 없는 당권파와 쇄신파의 반목과 갈등이 급속한 세 위축을 부를 공산도 크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지난한 길이지만 갈 수밖에 없는 외길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 통진당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한다. 그 결승선은 낡은 진보와의 결별이고, 새로운 진보와의 만남이어야 한다. 우선 자신들의 역할부터 재정립할 일이다. 그리고 앞서 당 혁신위가 쇄신 과제로 마련한 당내 패권적 정파 질서 종식과 진보적 가치의 혁신, 노동 가치의 중심성 확립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통진당의 쇄신파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진보 세력들도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진보의 재구성은 바로 우리 삶의 반쪽을 되살려내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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