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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은 어제 9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한정된 수사기간과 주요 수사대상의 비협조 등으로 특검 수사는 절반에 그쳤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의 성역을 끝내 넘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의 표현이다. 이제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특검이 다 드러내지 못한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나머지 부분을 검찰이 밝혀내야 할 차례다. 관건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최순실씨 일가의 의심스러운 재산 형성, 최씨 딸 정유라씨의 학사 부정 등은 드러난 것보다 밝혀내야 할 부분이 더 많다고 특검도 인정했다. 검찰이 맡은 역할이 특검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등 수사팀이 6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90일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특검이 수사에서 성과를 낸 것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엄정하게 수사한 덕분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여권은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까지 특검 수사를 방해했다. 그런 만큼 이들은 또다시 검찰을 조직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이번 검찰의 2차 수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이 재가동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농단 수사 초기 검찰 수뇌부와 우 전 수석이 빈번하게 통화한 사실도 최근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우 전 수석과 한통속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시민은 검찰을 버릴 것이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 특검의 자세로 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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