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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여야가 특별검사 임명에 동의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에 임명하고 기존 형사8부에 특수1부 수사인력까지 추가로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개입된 국정농단 비리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검찰은 우병우 민정수석은 물론 고작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한 어버이연합 고발 사건마저 6개월 가까이 질질 끌었다. 더구나 검찰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비리에 대해 고발장이 접수된 후 한 달 가까이 압수수색을 미루면서 관련자들이 증거를 은폐할 시간을 벌어줬다.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27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철저한 수사 운운하는지 의심스럽다. 검찰은 그제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최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최씨 사무실에서 발견된 태블릿PC에서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될 대통령 연설문 등이 나오자 여론에 밀려 뒷북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마음이 있었다면 전경련이 아니라 청와대부터 압수수색을 했어야 맞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800억원을 출연한 재벌들에 대한 청와대 외압과 함께 최씨에게 건네진 청와대 비밀문건 전모와 유출자를 밝혀내는 것이다. 이미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 문건 전달자로 지목되고 있고 태블릿PC 명의자는 뉴미디어비서관실의 김한수 행정관으로 드러났다. 문고리 3인방 중 정호성 비서관이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이 청와대를 놔두고 외곽수사에 시간을 허비할 경우 청와대에 남아 있던 증거가 훼손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사 결과가 수시로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흘러들어가 입을 맞추는 데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수사결과만을 보고하라”고 했지만 수사기밀 유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주요 인맥을 장악하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거취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이 성역없이 수사할 의지가 있다면 더 이상 증거가 훼손되기 전에 청와대부터 압수수색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수사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자신 없으면 수사기밀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검찰은 수사에서 손을 떼고 특검에 진상규명을 맡기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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