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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비서인 아마존의 에코에 이어 ‘구글홈’이 내달 4일 미국에서 출시된다. ‘구글홈’은 음악 재생은 물론 집 안의 각종 기기 제어까지 하는 사물인터넷(IoT)의 상징적 존재로 관심을 모은다. ‘구글홈’은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홈비서로 원통형 스피커 모양이다. 유튜브, 구글포토, 구글지도 등 다양한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구글은 이 같은 서비스와 연동해 다양한 맞춤형 비서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딥러닝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4차 혁명의 한 축이 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알파고 이후 지나칠 정도다. 인공지능이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인공지능 로봇 때문에 실업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은 기우다.

아마존 에코는 우버택시를 호출하거나 도미노 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 방안에서 BMW의 시동을 걸고, 자동차 문을 열거나 지름길을 검색할 수도 있다. 향후 에코는 조리기구, 가정용 보안시스템, 원격 감시시스템, 아동용 장난감 등 다양한 서비스로 공간을 확장할 것이다. 나아가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통제하는 허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1일 일단의 해커들이 인터넷 공유기와 보안카메라 등 인터넷망에 연결된 사물인터넷 기기를 통해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다. 그 결과 트위터, 넷플릭스, 뉴욕타임스 등 1200여개 웹사이트가 10시간가량 마비되고 접속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물인터넷이 점차 실현되면서 이 같은 위험은 예견됐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시만텍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물인터넷 기기를 노린 사이버 공격은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공격의 진원지는 주로 중국(34%)과 미국(28%)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커들은 사물인터넷 기기를 공격 도구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기를 감염시키기도 한다.

사이버 공격은 초연결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적이다. 더불어 제기되는 사생활 침해 문제도 그 한 축이다. 구글홈의 경우 이미 출시 전부터 가청 범위상 모든 것을 저장해 분석할 수 있는 일명 ‘올웨이즈 온’이 과도한 기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구글은 온라인 검색, e메일에 사용한 단어와 표현, 구글맵의 길찾기 및 위치 등 다양한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 사용자가 집에서 하는 각종 행동에 대한 정보가 추가될 것이다. 올웨이즈 온 기술이 탑재된 구글홈은 더 많은 개인 데이터를 구글에 전달할 것이다. 사용자가 어떤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지, 언제 집이 비게 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구글은 홈 장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아마 광고주에게 제공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의사, 변호사, 상담사 등에게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알면 당황스러운 비밀을 한두 개쯤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생활을 갈구한다. 그것은 마치 공기를 들이쉬거나 물을 마시는 것처럼 반사운동이 아니다. 감시당하거나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 때 우리의 행동은 부자연스럽다. 사람들은 누가 지켜볼 때는 그들 스스로 내린 결정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거는 기대나 사회 통설의 지시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구글홈 같은 기기가 더 정교해지면, 가장 안락하고 편안해야 할 집 안에서조차 스마트홈 기기들로 인해 대화에 두려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아내와 정원에 스파 욕조를 설치할 계획이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가정해보자. 그날 이후 e메일의 편지함이나 방문한 인터넷 사이트에 스파 욕조와 관련된 광고 메일이나 배너 광고가 가득할 수 있다.

첨단기기가 주는 편리함이 정교하게 계획된 광고와 개인 정보 노출이 초래하는 불편함을 동반할 것이다.

구글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게 될 것이다. 물론 구글은 광고나 개인화된 마케팅, 검색어 편의 등의 목적 외에 활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100% 믿을 수는 없다. 그들이 해킹을 당할 수도 있고, 담당자가 개인정보를 팔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초연결 세상에서는 아주 사소하고 조그마한 취약점이 모든 시스템을 뒤흔드는 엄청난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사이버 공격과 프라이버시 침해는 바로 그 무섭고 두려운 취약점이다.

‘해커묵시록’ 작가 인터넷진흥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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