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도흠 | 한양대 교수·민교협 공동상임의장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이 한창이다. 여기서 승리한 자나 안철수 교수가 야권 후보로 박근혜 후보와 대결하는 판으로 거의 정해진 듯하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된다면 누가 되든,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1700만 노동자와 농민, 900만명의 비정규직, 720만명의 자영업자의 의사는 증발해버리기 때문이다. 절반의 국민 의사를 수렴하지 못하는 대선은 정당성을 상실하며 선거를 통한 사회 통합 기능마저 수행하지 못한다.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불안 속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임금을 받으며 겨우 삶을 연명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57.6%가 100만원도 벌지 못한 채 빚만 키우고 있고, 이도 여의치 않아 다단계판매로 나선 415만명 가운데 4분의 3이 단돈 1원도 벌지 못하였다. 정규직 노동자라 할지라도 전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감당하면서도 치솟는 물가와 교육비에 눌려, 온도 차만 있을 뿐 생존이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하우스푸어에서 에듀푸어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국민이 생존에 허덕이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절망과 좌절, 분노를 자살이나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분출하고 있다. 이제 이들의 피눈물을 닦아주고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는 자, 나아가 이들을 좀 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살게 할 사람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극복 없이 비정규직과 양극화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경향신문DB)


경제도 위기다. 공공기관과 지방 정부를 합한 국가부채는 938조원에 이르며, 아파트 전세 시가총액 908조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가계부채는 2000조원에 달하여 국가 디폴트 상태인 그리스와 스페인보다 나쁘다. 빚은 많고 태반이 비정규직이니 소비가 줄고 이는 불황과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르며, 이로 인해 다시 개인파산과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돌파구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인데 남북관계는 준전시상태로 미국의 군수업자들 배만 불리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 개혁과 남북협력이 없다면 제2의 IMF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파탄이 빚은 참극이지만, 야당에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고, 이들의 대변자여야 할 진보정당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채 사분오열의 상태에 있다.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은 <도가니>에 분노하고 정당을 불신하여, 메시아를 기다리듯 안철수의 대선 출마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안철수 교수는 고통 받는 민중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근본적인 개혁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당위만이 아니다. 역학관계나 판의 흐름으로도 진보 후보가 필요하다. 조지 레이코프 교수의 지적대로 보수가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그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진보는 집권할 수 없다.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현 상황에서 진보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대선의 판 자체는 인물 구도와 보수의 프레임으로 간다. 박근혜 후보는 45% 내외의 고정표를 유지한 채 수사로나마 진보적인 정책을 선점하고 있고 사회통합의 쇼마저 행하고 있어 51% 지지에 근접했다. 유신체제와 같은 전체주의의 귀환을 바라지 않는다면, 진보 후보가 나와 박근혜 후보가 다다를 수 없는 새로운 프레임을 창출하고 무상급식처럼 혁신적이면서도 국민의 일상과 구체적으로 연계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대선의 판을 정책대결과 담론투쟁의 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12월 대선에서 진보적 유권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할 것이며 중도의 유권자들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하며 가슴을 열 것이다. 새로운 프레임의 창조, 희망의 빛, 혁신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이 세 가지에 의한 ‘공감의 연대’ 없이 야권이 이길 수 없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