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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26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모습.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검찰에 피의자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혐의로 금융당국 고발이 있은 지 1년6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 이후 3년여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이 부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의 중심이다. 분식회계를 통해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크게 높여 합병 후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전자 지배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결론이다. 

이날 조사는 이 부회장이 합병과 분식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주식 가치를 1 대 0.35 비율로 합병했다. 제일모직 주식만 23% 가지고 있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 비율이 잘못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 측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지고 있던 1조8000억원 콜옵션 부채는 숨기고,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자산을 4조5000억원가량 늘려 제일모직의 기업 가치를 크게 부풀렸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치를 반영한 것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을 위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으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재판부인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바 있다. 

이 부회장은 합병의 최대 수혜자이다. 얻은 혜택이 1조원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고발인들의 주장은 초일류기업 삼성이 오직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해 내야 할 세금은 회피하면서 부채는 숨기고, 자산가치는 부풀리고, 주가조작까지 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자본시장의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범죄행위이다. 삼성이 합병 후 삼성물산 주식을 띄우기 위해 주가조작에 나섰다는 문건까지 나왔다. 분식회계를 숨기려는 증거인멸이 있었다는 법원의 1차 판단도 있었다. 이 부회장이 당시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로부터 관련 자료를 보고받은 정황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 부회장이 이런 과정을 모를 리 없고,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엄한 처벌로 법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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