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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운반선 ⓒ이영준
요즘은 외제 자동차가 많이 흔해져서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다. 그 많은 외제차들은 어떻게 한국에 오는 걸까?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도 외국에 자동차를 많이 수출하는데 그 많은 차들은 어떤 식으로 수출되는 걸까?
다들 배에 실려 수입되고 수출된다. 자동차운반선이라는 특수한 배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오로지 자동차만 싣는다고 해서 PCC(pure car carrier), 혹은 차가 스스로 굴러서 들어가고 굴러서 나온다고 하여 RORO(roll on roll off)라고 부르는 자동차운반선은 선체 안에 차를 가득 실을 수 있는 배다.
속이 텅 비어 있어서 자동차를 가득 실을 수 있는 이 배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차를 싣는 공간인 카 데크(car deck)는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바닥을 올리거나 내려서 천장 높이를 바꿔서 대형 장비도 실을 수 있게 한다. 가장 큰 자동차운반선이 승용차를 1만대 정도 싣는데, 자동차운반선의 핵심은 이 많은 차들을 싣거나 내리는 데 드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우선 대형차량도 빨리 드나들 수 있는 커다란 램프 도어(ramp door)가 있다. 램프 도어는 항해 중에는 닫아놔야 하는데 바닷물이 들이치지 않게 수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 중요한 시스템은 고박장치이다. 차를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하는 장치이다. 차를 최대한 많이 싣기 위해 10㎝ 간격으로 촘촘히 세워놓는다. 차들은 롤스로이스에서부터 경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항해 중에 배가 많이 흔들려도 차들이 서로 닿지 않도록 아주 단단히 바닥에 고정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시스템은 하역에 대한 것이다. 배가 항구에 닿으면 여러 명의 드라이버들이 카 데크에 들어와 번개 같은 속도로 차들을 몰고 빠져나가고 빈자리에는 또 번개 같은 속도로 차를 몰고 세워놓는다. 1만대의 차를 싣는 데 한 대당 1초씩만 더 걸려도 총 2.7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에 시간을 다투는 항해에서는 선적을 빨리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세 가지는 다 단순무식한 시스템인데 이것들이 잘 돌아가야 지구상에 다양한 차들이 돌아다닐 수 있다.
<이영준 기계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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